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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았냐?" 최저연봉 신예의 반란, 25억 특급 외국인에 안 밀렸다…어디서 이런 투수 자꾸 나오나

기사입력 2025-08-18 03:22


"쫄았냐?" 최저연봉 신예의 반란, 25억 특급 외국인에 안 밀렸다…어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 1회초 제환유가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리자 조성환 감독대행이 올라가 격려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17/

[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쫄았냐?"

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의 한마디가 1군 선발 데뷔전을 치르는 어린 투수의 마음을 녹였다. 사령탑의 마운드 방문 이후 만루 위기를 극복하더니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과 대등하게 경기 분위기를 끌고 가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두산 우완 제환유의 이야기다.

제환유는 17일 잠실 KIA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왜 올해 2군에서 주목하는 투수였는지 증명했다. 덕분에 두산은 막판 역전을 노릴 수 있었고, 네일이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가자마자 8회말 KIA 불펜을 두들겨 4점을 뽑았다. 4대2 역전승. 두산은 3일 연속 KIA에 역전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주며 4연승을 질주했다.

직구(45개)에 슬라이더(13개), 커브(7개), 스플리터(6개)를 섞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 평균 구속은 145㎞였다. 직구 구속이 요즘 기준으로 아주 빠른 편도 아니고, 변화구 제구가 빼어나다고 볼 수도 없었는데도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제환유는 공주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상위 지명 선수였으나 프로에서 바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현역으로 입대해 군 문제를 일찍 해결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한참을 퓨처스리그에서 고생했고, 이날 전까지 1군에서는 단 3경기 등판에 그쳤다.

프로 6년차가 된 올해 제환유는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10경기 2승1패, 51⅔이닝, 48탈삼진,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해마다 평균자책점 6점대 이상을 기록하던 투수가 갑자기 2점대 투수가 됐으니 구단은 기대감을 보일 만했다. 무엇보다 탈삼진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1군에서 기회를 못 받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조 감독대행은 일찍이 17일 선발투수를 제환유로 확정하고 차근차근 등판을 준비하도록 했다. 좌완 최승용이 왼손 검지 손톱이 깨지는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라 제환유를 계속 선발 로테이션에 둘 수 있을 만큼의 성과를 내길 기대했다.

다수가 네일의 압승을 예상했다. 네일은 올해 180만 달러(약 25억원)에 KIA와 재계약한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다.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해 리그 2위다. 한화 이글스 에이스 코디 폰세(1.61) 말고는 네일을 넘어서는 투수가 없다. 제환유는 최저 연봉인 3000만원을 받는 선수다. 프로의 세계에서 몸값은 곧 실력을 뜻한다.


조 감독대행은 경기에 앞서 "상대 투수가 네일인데, 네일은 우리 타자들이 싸울 것이다. 제환유는 네일이랑 싸운다고 생각하지 않고 KIA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제환유는 처음 찾아온 큰 기회에 긴장했다. 1회초 1사 후 박찬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아 1, 3루가 됐다. 최형우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0-1 선취점을 내줬다.

실점한 제환유는 KIA 강타자들에게 자기 공을 던지질 못했다. 나성범과 패트릭 위즈덤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쫄았냐?" 최저연봉 신예의 반란, 25억 특급 외국인에 안 밀렸다…어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 두산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제환유.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17/

"쫄았냐?" 최저연봉 신예의 반란, 25억 특급 외국인에 안 밀렸다…어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17/
그러자 조 감독대행이 직접 마운드에 방문해 제환유를 진정시켰다. 그러자 제환유는 오선우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났다.

무슨 조언을 했을까.

제환유는 "각오와 달리 1회 너무 흔들렸다. 상대 타자가 아닌 나랑 싸웠던 느낌이다. 감독님께서 '쫄았냐. 쫄지 말아라. 네가 잘 던지는 투수니까 지금 마운드에서 던지는 거다'라고 해주셔서 기죽지 않고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한고비를 넘기니 5회까지 일사천리였다. 제환유는 2회부터 5회까지 13타자를 상대하면서 12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김선빈에게만 2안타를 허용했을 뿐, 다른 타자들은 제환유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네일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투구 내용이었다.

조 감독대행은 경기 뒤 "데뷔 첫 등판한 제환유의 피칭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1회 위기를 잘 넘긴 뒤 그야말로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제환유는 "대체 선발투수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지난 주말부터 들었다. 때문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다.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지 않나. 이걸 제대로 잡아보겠다고 다짐하며 하루하루 운동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좋은 호흡을 맞춘 포수 김기연에게 감사를 표했다.

제환유는 "(김)기연이 형 리드를 100% 따랐다. 아무래도 2군에 비해 부담을 느껴서인지 변화구 컨트롤이 마음대로 되진 않았다. 기연이 형이 힘들었을 텐데,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두산은 16일 KIA전에서 4이닝 무실점 깜짝 호투를 펼친 윤태호에 이어 제환유까지 연일 투수 화수분을 자랑했다. 두산은 최근 야수 화수분이 말랐다는 평가 속에서도 좋은 투수는 꾸준히 키웠던 팀이다. 올해 막바지에는 윤태호와 제환유가 두산 마운드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조 감독대행은 "이번 3연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선수들의 공이 컸다. 타이트한 경기가 연속인데 그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해줬다. 세밀하게 지도해주신 2군 코칭스태프와 전력파트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제환유는 "만원 관중의 함성은 처음 들어본다. 정말 짜릿했고 그 함성을 더 자주 듣고 싶다.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한번 더 기회를 얻고 싶은 의지를 보였다.


"쫄았냐?" 최저연봉 신예의 반란, 25억 특급 외국인에 안 밀렸다…어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 두산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제환유.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17/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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