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묘기에 가까운 캐치를 선보이며 현지 중계진의 찬사를 받았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수비'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탬파베이 선두 우타자 얀디 디아즈가 샌프란시스코 선발 로간 웹의 초구 83.9마일 가운데 낮은 스위퍼를 밀어쳐 우중간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쳤다. 발사각 26도, 105마일 속도로 자신의 왼쪽으로 크게 날아오자 이정후는 전력으로 달려가 비거리 383피트 지점에서 글러브를 뻗어 공을 낚아챘다.
그런데 공이 글러브를 맞고 튕겨 나왔고, 미끄러지듯 슬라이딩 자세로 바뀐 이정후의 왼쪽 허벅지에 떨어졌다. 이정후는 공이 허벅지를 타고 내려오자 양쪽 무릎으로 공을 잡고 끝내 놓치지 않았다. 2루심의 손이 올라가 아웃이 선언됐다. 탬파베이 벤치에서 챌린지를 요청할 수도 없는 완벽한 '무릎 캐치(He caught it between the knees)'였다.
|
이닝이 끝난 직후 이정후의 수비 장면이 리플레이되자 중계진은 "누군가 '10년의 플레이(the play of the decade)'라고 칭했다는 걸 잊지 말라. 누가 그 의견에 토를 달겠나?(Who's going to argue with that guy?)"라며 다시 한 번 호수비를 강조했다.
이정후는 경기 후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를 통해 "바람에 꽤 세게 불어 공이 멀리 날아가더라. 그래서 슬라이딩을 했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을 타고 밑으로 흐르는 것 같더라. 확실히 재밌는 캐치였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 광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우익수 드류 길버트는 "정말 미친 수비였다. 너무 인상적이었다. 위닝 플레이어의 위닝 플레이였다"며 감탄을 쏟아냈다.
밥 멜빈 감독도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이정후가 누워서 한동안 일어서지 않길래 발목을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이 들었다. 잠시 후 리플레이를 봤다. 사람들이 얘기를 하더라. 무릎 사이에 공이 있더라. 훌륭했다. 그런 수비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안타를 놓친 디아즈는 "200% 2루타로 봤다. 그걸 잡다니, 내가 운이 없었다. 그런 수비는 이정후 유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기묘한 플레이였다"며 아쉬워했다.
스탯캐스트는 이 타구의 안타 확률을 92.0%로 봤다. 당연히 안타여야 했다는 뜻이다.
|
이정후는 1회말 우측으로 2루타를 날리며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탬파베이 우완 선발 라이언 페피오를 상대로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몸쪽으로 날아든 94.2마일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파울폴 안쪽 펜스 하단을 맞고 떨어지는 날카로운 타구를 날리고 2루에 슬라이딩으로 안착했다.
타구속도가 99.1마일, 비거리는 313피트였다. 이정후의 올시즌 28번째 2루타로 이 부문서 NL 공동 8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더 진루하지는 못했다.
이정후는 3회 헛스윙 삼진, 6회와 7회 각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율 0.260(443타수 15안타), 6홈런, 46타점, 60득점, OPS 0.733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8월 들어 15경기 중 14경기에서 안타를 치며 월간 타율 0.339(56타수 19안타), OPS 0.891을 마크 중이다.
|
2사후 엘리엇 라모스와 라파엘 데버스의 연속 안타와 윌리 아다메스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서 도미닉 스미스가 우측 적시타로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이며 3-0으로 리드를 잡았다. 이어 크리스티안 코스의 2루타로 1점을 보태 4-0으로 앞서 나갔다.
7회에는 선두 드류 길버트와 타일러 피츠제랄드의 연속타자 홈런이 터져 6-0으로 도망가며 승기를 잡았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웹은 7이닝을 3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11승(9패)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을 3.19로 낮춘 웹은 160⅔이닝을 던져 이 부문 양 리그 합계 1위를 질주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