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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효과도 없나' 읍참마속 심경의 정해영 2군행, 결과는 더 참혹했다

기사입력 2025-08-18 21:00


'트레이드 효과도 없나' 읍참마속 심경의 정해영 2군행, 결과는 더 참혹…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 8회말 역전을 당한 KIA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17/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트레이드 효과도 없네.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정해영을 엔트리에서 제외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더 참혹하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서울 원정 도중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마무리 정해영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시리즈 도중, 그것도 원정에서 마무리 투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정이다. 현재 KIA는 5위 싸움을 절박하게 치르고 있다. 사실상 매 경기가 전쟁이다. 상승세를 타다가도 다시 수렁에 빠지고, 진흙탕을 벗어나 궤도에 오르는듯 싶다가도 또 추락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수년간 팀의 뒷문을 지킨 부동의 마무리 투수 없이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엄청난 결단이자 모험이다.

정해영의 몸 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결정으로 읽힌다.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마무리 투수이자, 20대 초반부터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수호신. 그런 정해영이 최근 예상치 못한 극도의 부진을 겪고있다. 140km 후반에 형성돼야 할 구속도 140km 초반대로 떨어졌다. 단순한 휴식 차원의 2군행은 아니다. 정해영 본인에게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담긴, 일종의 문책성 2군행이다.

정해영에게도 재정비를 해야 할 시간은 필요했다. 아직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은 남아있고, KIA는 정규 시즌 막판까지 앞으로 더 중요한 경기를 치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트레이드 효과도 없나' 읍참마속 심경의 정해영 2군행, 결과는 더 참혹…
1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9회말 1사 만루 위기를 허용하는 KIA 정해영.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7.10/
정해영을 2군으로 보낸 첫날부터 불펜 운영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17일 KIA가 두산을 상대로 1-0 리드하던 상황에서 8회말 1사 1루 위기가 찾아오자 이범호 감독은 필승조 전상현 카드를 선택했다.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이 7이닝 무실점의 흠 잡을데 없는 피칭을 하고 내려간 후, 8회초 이준영을 먼저 올렸다. 그런데 이준영이 첫 타자 강승호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이어 제이크 케이브를 땅볼로 처리했다. 1사 1루 상황에서 전상현을 투입한 것이다.

팀이 연패에 빠져있는 와중에 비어있는 마무리 자리를 전상현으로 채울 수 있었다. 현 시점 가장 믿을 수밖에 없는 투수이기도 하다. 최대 아웃카운트 5개. 그런데 1점의 리드가 너무 버거웠다. 전상현은 상대한 첫 타자 양의지에게 바로 2루타를 허용하면서 더 큰 위기에 몰렸고, 대타 김인태에게 밀어내기 볼넷, 조수행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8회말에만 4실점. 수렁에 빠졌다. 결국 KIA는 2대4 충격의 역전패와 주말 3연전 스윕패라는 치명상을 입었다.

앞선 2경기 다 끝내기 패배에 이어 세번째 경기마저 8회말 역전패. 사실상 3경기 다 마지막 이닝에 졌다. 지금 KIA 불펜이 얼마나 허약해져있는지 현실을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단순히 특정 투수 1명의 잘못이라기 보다, 안좋은 결과가 반복되다보니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진 결과다. 이 상황에서 정해영마저 빠진 자리가 유독 더 커보인다.


'트레이드 효과도 없나' 읍참마속 심경의 정해영 2군행, 결과는 더 참혹…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두산전. 8회말 팀이 역전 당하자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선발투수 네일이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17/
이럴 때일 수록 다른 투수들이 유기적으로 자리를 채워줘야 하는데, 지금 KIA 불펜에는 난세의 영웅이 없다. 일단 야심차게 데려온 조상우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평범한 투수가 돼버렸다는 게 가장 아픈 포인트다. 지금 조상우를 확실하게 믿고 이기고 있는 경기 후반 상황에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팀내 올해의 신인인 성영탁이 분투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2년차 신인에게 당장 큰 부담을 안겨주기엔 쉽지 않다. 성영탁도 최근 누적 등판이 많아지면서 흔들리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최지민 역시 제구가 극과 극을 오간다.


트레이드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 1군 자원인 최원준, 이우성까지 내주면서 NC 다이노스의 불펜 투수 김시훈, 한재승을 데려왔는데 초반 반짝 행복했을 뿐이다. 예전 구속을 잃은 김시훈은 2군에 내려갔고, 한재승 역시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라면 KIA의 트레이드 손익 계산서는 냉정히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트레이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고 힘들었던 원정 12연전을 마침내 끝낸 KIA는 19일부터 광주 홈에서 키움, LG와 6연전을 치른다. 최하위인 키움도 지금은 쉬운 상대가 아니고, LG는 단연 최강팀. 취임 2년만에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있는 이범호 감독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까. 묘하게 흔들려보이는 팀 분위기부터 다잡을 필요가 있다.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을 떨치고 현실적 계산부터 우선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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