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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는 이정후밖에 없어요." 2루타를 빼앗긴(?) 상대 타자도 인정했다. 이정후의 '진기명기'에 외신도 주목했다.
그런데 달려오는 속도와 공이 떨어지는 속도 때문에 완벽하게 포구가 되지 않았다. 글러브에 들어갔던 공이 다시 빠져나왔는데, 날리듯 포구를 시도하던 이정후가 그라운드에 쓰러지듯 몸을 웅크리며 필사적으로 낙구를 막았다. 글러브에서 빠져나온 공은 이정후가 배와 무릎까지 온 몸을 사용해 잡아냈고, 다리 사이에서 공을 꺼낸 이정후는 보란듯이 주심을 향해 들어보였다. 결과는 아웃. 디아즈는 허탈하게 벤치로 들어갔다.
야구를 하다보면 놀라운 수비 장면들이 자주 나오지만, 이 수비는 단순한 '슈퍼캐치'를 넘어 진기명기에 가까웠다. 좀처럼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수비에 대한 이정후의 놀라운 집중력과 집념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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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바람이 꽤 심했고, 공이 많이 뻗어나가서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잡았지만 가슴부터 몸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공이 떨어지고 몸이 미끄러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무엇이든 움켜야 할 것 같았다. 결국 종아리로 공을 잡았다"고 이야기 했다.
우익수로 이정후의 플레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드류 길버트는 "정말 미친 플레이었다. 대단했다. 엄청난 플레이였다. 그가 우리팀 선수여서 기쁘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정후의 호수비에 아웃된 상대 타자 디아즈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공을 잡는 불운을 겪었다. 그는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묘한 장면이었다"고 씁쓸하게 이야기 했다.
이정후는 최근 현지 매체로 부터 중견수 수비력에 대한 물음표를 받기도 했다. KBO리그에서는 단연 리그 최고 수준의 중견수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코너 외야를 맡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중견수 이정후가 보란듯이 커리어에 남을 '재밌는' 호수비 장면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