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정말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우완 투수 조재우(21)는 지난 3월 받은 팔꿈치 수술로 이날 트라이아웃에서 제대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덕수중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넘어가 고등학교를 나왔다. 스포츠 유망주가 모이는 IMG 아카데미에 들어갔고, 야구 명문으로 유명한 아칸소대학에 진학했다.
부상이 진로를 바꿨다. 올해 센트럴 플로리다대로 편입한 그는 첫 경기에서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검사를 받았고, 수술 소견을 들었다.
다시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내년 5월까지 공백이 불가피했다. 조재우는 "3월에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미국에서 대학리그는 1월부터 5월까지가 시즌이다. 1월에 맞춰서 하면 가속 재활이 필요했다. 1월 복귀를 목표로 삼고 하고 있는데 어느날 생각해보니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면 탈이 날 수도 있고, 살면서 수술을 여러번 받을 것도 아닌데 가속으로 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속 재활을 안 하게 되면 4~5월 복귀인데 대학 시즌 막바지다. 2026년 졸업인데 2027년까지 대학 생활을 해야한다. 대학 생활이 길어지는 것보다 1년이라도 빨리 프로에서 커리어를 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활을 하려면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는데 2027년에 대학리그에서 뛰는 건 나에게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 프로는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도전하면 어떨까 생각을 하니 설레였다 그 다음날 아버지께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
조재우에게는 '운동 유전자'가 있다. 아버지가 현재 연세대학교 야구부 조성현 감독이다. 조재우는 "아버지와 야구 이야기는 거의 안 한다. 어릴 때는 서운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다. 어머니도 엘리트 운동은 아니지만 핸드볼을 하셨다고 들었다. 키도 크고 운동 신경도 좋으시다. 덕분에 좋은 유전자를 받은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미국으로 떠날 때도, 또 한국으로도 돌아올 때도 조재우의 부모님은 아들의 뜻을 적극 지지했다.
조재우는 "두 분 다 운동을 하셨는데 한국에서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없는 환경을 아쉬워 하셨다.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여행을 갔는데 정말 좋았다. 그래서 미국에서 공부하겠냐는 이야기에 알겠다고 했다. 가족과 떨어지고 친구도 없어서 힘들긴 했지만, 잘한 것 같다"며 "한국에 오겠다고 말씀드릴 때도 오케이를 하셨다"고 했다.
트라이아웃에서 공을 던지지 못해 스카우트들은 "모험이 될 거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 스카우트는 "영상으로 봤을 때에는 폼도 예쁘고 좋은 공을 가졌더라. 그런데 수술을 했고, 직접 못 봤으니 지금은 어떤지 알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스카우트 역시 "모 아니면 도 일 거 같다. 영상에서의 모습은 분명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조재우는 "9월에 수술했던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를 시작해도 된다고 하면 그 때부터 캐치볼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향후 재활 계획을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게 없는 만큼 '셀프 소개'를 부탁하자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구속이라고 생각한다. 변화구도 어떤 카운트에서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우는 이어 "사실 보여드린 게 없으니 상위 라운더는 기대하지 않는다. 육성 선수라도 좋다. 1년이라도 빨리 야구를 하고 싶은 생각"이라며 "나를 뽑은 팀은 플러스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작년에 성적이 없고 수술을 한 선수가 트라이아웃에서 보여준 것도 없이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게 의아하고 미쳤다고도 하겠지만, 후회 안 하시도록 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