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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천국에서 지옥까지 떨어지는데 단 2주면 충분했다. 71일간 지켜왔던 톱3의 자리는 10연패의 악몽 속 모래처럼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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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롯데는 한국시리즈를 꿈꾸며 고점이 명확한 데이비슨 대신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38승을 거둔 이름높은 경력자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1년을 통째로 쉬었고, 올해도 트리플A에만 머문만큼 리스크가 큰 선택이었다. 롯데의 벨라스케즈 영입은 단순히 가을야구가 아니라 그 이상, 한국시리즈까지 바라본 도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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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사령탑은 백인천 전 감독. LG 트윈스를 창단 첫해 우승으로 이끌고, 삼성 라이온즈의 타선 리빌딩을 한방에 성공시킨 명감독이지만, 롯데 시절은 흑역사라 부를만 하다.
에이스 손민한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훗날 팀 타선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이대호와 최준석에게 무리한 체중 감량을 지시했다가 무릎부상을 겪게 하는 등 빛나는 지도자 경력의 오점으로 남았다. 백인천 전 감독의 롯데 시절(2002시즌 중도 부임~2003시즌 중도 경질) 승률은 무려 41승 122패(승률 2할5푼1리)였고, 결국 2003년 8월 시즌중 경질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전설처럼 입에 오르내리는 '사직구장 유료관중 69명'이 바로 백인천 전 감독 재임중인 2002년 막판 세워진 기록이다. 당시 롯데 구단은 롯데 유니폼이나 모자 등 MD 의류만 가져오면 무료 입장시키는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유료 입장객을 합쳐 실제 관중은 200명에 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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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롯데 감독은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한국시리즈 7년 연속 진출(우승 3회)의 명장이다. 2023년말 롯데의 구원자로 화려하게 등장했고, 지난해 숨고르기와 리빌딩을 거쳐 올시즌 명장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며 롯데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연패의 늪에 고전하고 있다. 롯데가 최근 8년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가 했는데, 한순간에 역사상 최악의 사령탑이라는 백인천 전 감독과 비견되는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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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