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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의 마인드, 꼴찌의 마인드, 롯데와 한화에 엄습한 불안감, DTD는 집단 마인드에서 나온다[SC시선]

기사입력 2025-08-21 11:06


1위의 마인드, 꼴찌의 마인드, 롯데와 한화에 엄습한 불안감, DTD는 …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 LG가 롯데에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를 나서는 롯데 선수들.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20/

1위의 마인드, 꼴찌의 마인드, 롯데와 한화에 엄습한 불안감, DTD는 …
2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패한 한화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0/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DTD란 말이 우스갯 처럼 회자되던 적이 있었다.

'Down Team is Down'의 약자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 일시적으로 잠깐 반짝해도 결국 최종 성적은 실력대로 간다는 냉소적인 표현이다.

2005년 시즌 초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강팀 현대 유니콘스 김재박 감독이 인터뷰에서 "5월이 되면 내려갈 팀이 나온다"고 한 말이 발단. 당시 전년도 1위 현대는 꼴찌, 전년도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는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페이스를 올리면 된다는 의미였지만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로 와전되면서 야구계에 퍼졌다. 2003,2004년 우승팀 현대는 끝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채 8개 팀 중 7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당시 상위권에 있던 롯데 자이언츠는 실제 순위가 떨어져 5위로 시즌을 마쳤다.

김재박 감독이 2007년 LG 트윈스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DTD는 정작 그의 발목을 잡았다. 친정으로 귀환한 '우승 명장'의 매직을 기대했지만 김재박 감독 부임 내내 LG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짝 잘 하다가도 결국 어김 없이 추락하며 'DTD 상징 구단'으로 자리매김 했다.
1위의 마인드, 꼴찌의 마인드, 롯데와 한화에 엄습한 불안감, DTD는 …
2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한화 홈 팬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0/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위기다.

롯데는 20일 잠실 LG전에서 3대5로 패하며 22년 만의 10연패에 빠졌다. 70일간 지켜오던 3위를 내주고 4위로 내려앉았다. 한때 '더 높은 곳'을 봤는데 이제는 가을야구 진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롯데는 2017년을 끝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최장기간 가을야구에 못간 팀이다.

롯데 만큼은 아니지만 한화도 위기다. 20일 대전 두산전에서 9대13으로 최근 4연패에 빠지며 1위 LG와의 승차가 4경기 차로 벌어졌다. 팬들의 거센 비난 속 위축된 선수들은 집중력 없는 플레이로 연일 패배를 헌납하고 있다.

김태형, 김경문 두 명장의 지휘 하에 올시즌 파란의 두 팀으로 변모한 롯데와 한화. 'DTD의 저주'가 생각날 법한 요즘이다. 팬도, 선수단도, 구단도 스트레스가 크다.

자, 이 시점에 한번 잘 생각해보자. DTD란 조어는 얼핏 꽤 과학적으로 보인다.


업다운을 반복하는 단기 그래프는 시간이 길어지면 '평균 수렴의 법칙'에 따라 방향성을 보인다. 중장기 그래프다. 실력이 있어 꾸준한 수익을 내는 기업의 장기 그래프는 우상향한다. 반대 기업은 우하향 한다. 야구로 치환하면 DTD다.

하지만 야구는 실력 외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집단 심리다. 기능을 지배한다. 마인드 셋의 차이다.

만년 상위팀 선수들의 마인드와 만년 하위팀 선수들의 마인드는 다르다. 부정적 마인드는 실패로 이끈다. '내가, 우리가 되겠어?'란 잠재의식을 지우지 못하면 만년 하위팀, 만년 유망주를 벗어날 길이 없다.

DTD에 함의된 낙인 효과(stigma effect)도 무시할 수 없다. '떨어질 팀'이란 편견과 고정관념이란 사회적 낙인이 선수단 전체에 개인적 자기 인식으로 이어진다. 부정적 낙인 속에 자존감이 무너지고, 위축되며 이는 곧 퍼포먼스 저하로 이어진다. 만년 하위팀에서 유독 미스 플레이가 잦은 이유. 기량의 차이가 전부는 아니다.
1위의 마인드, 꼴찌의 마인드, 롯데와 한화에 엄습한 불안감, DTD는 …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 롯데의 경기.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김태형 감독.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20/

1위의 마인드, 꼴찌의 마인드, 롯데와 한화에 엄습한 불안감, DTD는 …
2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김경문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0/
지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 처럼 너저분한 곳에 큰 죄책감 없이 쓰레기를 버리듯, 패배가 일상이 되면 오늘의 패배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어차피 질 경기'라 생각이 들면 집중력이 확 떨어진다. 실책성 플레이가 전염되는 이유다. '칠 수 있겠어?' '잡을 수 있겠어?'란 마음이 겹치면 소극적 플레이가 겹친다. 결과는 패배 뿐이다.

야구에서 무조건 이기는 팀은 없다.

선발 매치업이 우세한 건 확률일 뿐이다. 주루에서 수비에서 세밀한 플레이의 차이가 결국 승패를 가른다.

강한 상대 선발을 상대로도 '초반 근소한 차만 유지하면 후반에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팀이 제일 무섭다. 그렇게 실제 뒤집어 이기는 몇 경기가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지난 시즌 2위와 6위 간 승차는 6게임이었다.

약팀이 강팀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투수, 수비 등 체질 개선이 필수다. 바닥부터 강팀을 만들어 본 전문가 김경문 감독과 김태형 감독이 한화와 롯데 부임 후 각별히 공을 들인 부분이다. 캠프 동안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반복 훈련을 통해 새로운 체질이 선수단에 스며들도록 했다.

그 다음은 심리적 변화다.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업다운 사이클 마주함은 불가피하다.

다운 사이클에 엄습하는 불안. 잠시 잊고 있었던 어두운 기억을 소환한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플레이가 위축된다. 1초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반응해야 하는 '찰라의 스포츠' 야구에서 '자신감'은 승패를 바꾼다.

득점 찬스에서 초구에 스윙할 수 있는 자신감, 애매한 타구에 몸을 날릴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흘린 땀방울로 실력을 축적한, 실패의 기억과 절연한 선수만이 가능한 일이다.


1위의 마인드, 꼴찌의 마인드, 롯데와 한화에 엄습한 불안감, DTD는 …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 9회초 2사 2루.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으로 방망이가 돌지 않았다고 판정을 받은 손호영. 결국 볼넷 출루.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20/

1위의 마인드, 꼴찌의 마인드, 롯데와 한화에 엄습한 불안감, DTD는 …
2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초 2사 2,3루 두산 양의지가 폭투를 틈타 득점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0/
변화는 어렵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과거는 어두운 기억으로 발목을 잡고, 미래는 불안한 상상으로 발목을 잡는다.

환호의 시간을 보내고 불안감에 휩싸인 한화와 롯데 선수들. 마인드 리셋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는 잊자. 환희었든, 좌절이었든 지나간 기억과의 절연이 필요하다.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오늘이 바로 새 시즌 시작이다. 자,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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