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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까다로운 투수 누구?" 헉, 폰세가 아니네...19세 신인 유격수의 '좌충우돌' 프로 적응기

기사입력 2025-08-24 12:07


"가장 까다로운 투수 누구?" 헉, 폰세가 아니네...19세 신인 유격수…
사진=김용 기자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저는 3루와 유격수 사이 타구는 빠뜨리지 않습니다."

올시즌 개막 직후, 키움 히어로즈는 '한 때' 잘나갔다. 푸이그, 카디네스의 방망이가 뜨겁게 터졌고 여동욱, 전태현, 어준서 신인 3총사가 겁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여동욱과 어준서는 고졸 신인 데뷔전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해 주목을 받았다.

그 때 광주에서 만났던 어준서. 쑥스러워하는 듯 하면서 할 말 다하는 19세 어린 청년이었다. 자신의 강점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저는 3루와 유격수 사이로 오는 타구는 빠뜨리지 않습니다. 어깨가 매우 강하거든요"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그 때 인터뷰를 계기로 자신의 우상 오지환(LG)과 만나 선물도 받고 연락처도 주고 받았다. 어준서는 오지환의 자양중, 경기고 직속 후배. 우투좌타 유격수인 것도 꼭 닮았다.

그리고 5개월이 흘렀다. 여동욱, 전태현이 주전과 백업, 1군과 2군을 왔다갔다 하는 사이 어준서만이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격수로서 가장 중요한 건 수비. 거기서 그나마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23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93경기를 소화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다.


"가장 까다로운 투수 누구?" 헉, 폰세가 아니네...19세 신인 유격수…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LG전. 8회초 무사 어준서가 2루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10/
설종진 감독대행은 어준서에 대해 "계속 시합에 나가며 성장하고 있다. 신인 선수인 걸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모습이다. 물론 핸들링이나 많은 부분을 아직 더 다듬어야 한다. 그래도 어린 선수가 열심히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고무적이다. 플레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하다. 타격도 자질은 있다"고 평가했다.

타율 2할2푼6리 3홈런 16타점. 실책은 21개나 했다. 프로 1군 레벨로서 매우 부족하다. "3루와 유격수 사이 타구 안 빠뜨린다는 말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쪽으로는 실책 없을 건데요"라고 말하며 베시시 웃는다.

어준서는 이내 진지하게 "오히려 정면 타구가 훨씬 어렵다. 고등학고 때와 비교하면 타구 질이 다르다"고 말하며 "처음에는 '내 쪽으로 공이 오지 마라' 마음 속으로 빌었었다. 그래도 시합에 계속 나가니 지금은 그런 긴장감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가장 까다로운 투수 누구?" 헉, 폰세가 아니네...19세 신인 유격수…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키움 유격수 어준서, 2루수 권혁빈이 수비를 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22/
험난한 1군 적응중이다. 아직 19세 어린 선수다. 최근 무더위에, 19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앞두고는 훈련 후 더위를 먹어 구토를 하고 경기에 뛰기도 했다. 어준서는 "6월까지는 방망이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면, 그 뒤부터는 몸에 힘이 쭉 빠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프로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것도 벅찬데, 날씨까지 더우니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상대해본 투수 중 누가 가장 치기 힘들었을까. 한화 이글스 '슈퍼 에이스' 폰세의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역시 엉뚱한 답이 왔다. 어준서는 "반즈(전 롯데)다. 정말 아예 못 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웃긴 건 비슷한 유형의 잭 로그(두산) 선수 공은 친다. 그런데 반즈 선수 공은 어떻게 해도 맞지 않았다"며 웃었다. 이어 "원상현형(KT) 체인지업도 나에게는 마구"라고 덧붙였다.


"가장 까다로운 투수 누구?" 헉, 폰세가 아니네...19세 신인 유격수…
5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한화의 경기. 8회말 키움 어준서가 동점 솔로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어준서.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7.05/
어준서는 "막내로 생활하는 건 힘들지 않느냐"고 하자 "난 시합 나갈 때 긴장을 해본 적이 없고, 실책하고 눈치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늘 당당하게 지낸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말을 듣던 키움 홍보팀 직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시합 중 중계 화면에 잡히는 어준서의 얼굴을 유심히 봐보자. 긴장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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