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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의 여유?' 왜 ERA 18.00 최약체 투수 실험했나, 결과는 대성공…"이걸 풀고 싶었다"

기사입력 2025-08-25 01:22


'1위의 여유?' 왜 ERA 18.00 최약체 투수 실험했나, 결과는 대…
2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2사 만루 KIA 박찬호를 삼진 처리한 LG 마무리 유영찬이 숨을 고르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4/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유)영찬이가 KIA전만 하면 안 좋다. 4점차에 내보낸 이유도 그것을 풀고 싶었다."

1위팀의 여유일까.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6-2로 앞선 9회 마무리투수 유영찬을 투입한 것.

유영찬은 23일 등판 전까지 올해 KIA 상대로 평균자책점 18.00을 기록하고 있었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2.05인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KIA 상대로 약했는지 더 체감이 된다.

결과는 대성공. 깔끔하진 않았으나 막아냈다. 1이닝 무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승리를 지켰다. 김선빈과 나성범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며 또 KIA 공포증을 해소하지 못하나 싶었는데, 최형우-패트릭 위즈덤-오선우로 이어지는 KIA 강타자들을 연달아 범타로 돌려세웠다.

염 감독은 실험에 성공한 뒤 "(유)영찬이가 볼넷을 주는 투수가 아닌데 볼넷 2개를 주더라. 그래도 잘 막아서 오늘(24일)이나 다음 경기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한번은 깨야 풀어 나간다. 5점차든 6점차든 꼭 마지막에는 영찬이를 쓰려고 했다. 여유가 있을 때 깔끔하게 끝내야 (KIA에 대한) 이미지나 생각이 바뀌는 거니까. KIA랑만 하면 작년부터 홈이든 광주든 상관없이 그랬다. 또 실점했으면 (안 좋은 흐름이) 또 이어졌을 것이다. 실점했다면 계속 두지 않고 바로 바꿨을 것이다. (장)현식이를 대기시키고 있었다"며 유영찬 스스로 첫 고비를 잘 넘긴 것에 만족했다.

염 감독의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 유영찬이 KIA를 견뎌내게 했다.


'1위의 여유?' 왜 ERA 18.00 최약체 투수 실험했나, 결과는 대…
2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2사 만루 KIA 박찬호를 삼진 처리한 LG 마무리 유영찬이 숨을 고르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4/

'1위의 여유?' 왜 ERA 18.00 최약체 투수 실험했나, 결과는 대…
2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4/
유영찬은 24일 KIA전 2-1로 앞선 8회말 2사 1, 2루 위기에 김영우의 공을 넘겨받았다. 아웃카운트 4개를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유영찬은 첫 타자 김규성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에 놓였으나 박찬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득점에 조급한 박찬호에게 4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유영찬은 9회말 2아웃까지 순조롭게 가나 싶더니 최형우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김선빈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얻어맞아 2, 3루 위기에 놓였다. KIA는 최형우와 김선빈을 각각 대주자 정현창과 박민으로 바꾸면서 끝내기 승리 의지를 보였고, 타석에는 대타 김석환이 들어왔다. 김석환은 유영찬의 슬라이더를 다 참아내고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또 2사 만루.


염 감독은 끝까지 유영찬에게 맡겼다. 한준수와 승부가 중요했는데, 풀카운트에서 시속 150㎞짜리 직구가 가운데로 향했다. 한준수의 배트에 제대로 걸렸다면 위험할 뻔했는데, 정타가 되지 않으면서 중견수 뜬공이 됐다. 경기 종료와 함께 시즌 17호 세이브를 챙겼다.

유영찬은 이틀 동안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KIA전 평균자책점을 8.31까지 낮췄다. KIA는 최근 5연패로 8위까지 추락하면서 5강이 불투명해진 상황이지만,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이고 해마다 5강 싸움을 펼칠 팀이다. 그런 팀에 약점을 보였던 유영찬은 염 감독의 계산 아래 열세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염 감독은 경기 뒤 "터프한 상황에서 장현식 김진성 김영우 유영찬까지 우리 승리조가 자기 역할들을 잘해 주며 승리할 수 있었다. 마무리 유영찬이 아웃카운트 4개를 책임져주며 지키는 야구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1위의 여유?' 왜 ERA 18.00 최약체 투수 실험했나, 결과는 대…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유영찬이 역투하고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3/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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