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방망이는 당장 내일이라도 못칠 수 있지만, 어떻게든 해보려는 그런 모습은 보여야하지 않을까. 그게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숭용 감독은 "경기에서 빠진 것도 있고, 생각했던 것만큼의 퍼포먼스가 안나오니까 풀이 좀 죽은 것 같다. 어제(2일)도 경기 끝나고 이동할때 (최)준우랑 둘이 걸어가길래, 내일은 너희 둘이 나가서 해야 된다고 했다. 지훈이한테도 기 죽지 말라고, 야구를 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해줬다. 너무 기가 죽어있는 게 보이니까 감독으로서 안쓰럽다"면서 "최지훈은 성장을 더 해줘야 한다. 팀의 리더로서도 성장해야 할 선수다. 미국 캠프에서의 궤적과 그림이 안나온다. 본인이 그걸 찾으려고 하는데 잘 안되니까 힘들거다. 잘 이겨낼거라 생각한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
이숭용 감독의 격려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다는 최지훈이다. "풀이 죽어있었다기보다는, 사실 야구가 안되다보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보이셨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지훈아 내일 나가니까 잘해라. 잘해주라'고 말씀하셔서 어떻게 보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저는 이렇게 한마디 해주신 게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어제 손시헌 코치님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여러 분들께서 힘을 주신 덕분에 오늘 고향땅에서 잘한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숭용 감독이 이야기했던 '미국 캠프에서의 그림'은 최지훈도 잘 알고있다. 최지훈은 "감독님이 촉 좋다고, 올해 자기만 믿으라고 하셨는데"라고 농담하면서 "잘 될 때 유지를 잘했어야 했다. 매년 핑계를 대는 것 같지만, 날씨도 급격하게 더워지고 땀도 너무 흘리다보니 밸런스가 조금 망가졌다. 그래도 최근 3일간 강병식 코치님과 같이 타격 수정을 많이 한 게 오늘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최근 타격시 하체가 잘 안잡혀서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는 부분을 발견했고, 타격코치와 상의하면서 이 부분을 조정한 게 KIA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최지훈은 "오늘 3안타를 쳤어도 그동안 너무 못했기 때문에 찝찝하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지만, 남은 19경기에서 더 잘해야 한다"면서 "최근 체력을 많이 비축해놨기 때문에 어디 부러지지 않는 이상 가서 들이받아야한다. 하던대로, 팬분들이 좋아해주셨던 모습대로 최지훈 답게 해보겠다. 방망이는 당장 내일이라도 못칠 수 있지만, 매 타석 어떻게든 해보려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일 것 같다"고 막판 스퍼트를 앞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최근 팬들이 랜더스필드 외야 좌석에 최지훈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좌석마다 걸어놓고 등번호 '54'를 만든 이벤트가 있었다. 중견수 수비를 나갔던 최지훈도 당연히 봤다. 그는 "굉장히 감동이었다. 감사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야구를 잘하고 있지도 않고, 괜히 나대는 것처럼 보일까봐 죄송스럽게도 인사를 못드렸다. 정말 힘을 많이 받았고, 이렇게 뒤에서 항상 묵묵히 제 등만 보면서 응원해주신다고 생각하니까 울컥하더라. 참 감사한 마음 뿐"이라며 메시지를 전했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