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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죽지 마" 감독의 격려 → 3안타 폭발 "어떻게든 덤빈다. 그게 예의다"[광주 인터뷰]

기사입력 2025-09-04 12:57


"기죽지 마" 감독의 격려 → 3안타 폭발 "어떻게든 덤빈다. 그게 예의…
3일 광주 KIA전 후 인터뷰하는 최지훈. 사진=나유리 기자

[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방망이는 당장 내일이라도 못칠 수 있지만, 어떻게든 해보려는 그런 모습은 보여야하지 않을까. 그게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SSG 랜더스 최지훈은 올 시즌 타격에서 부침을 겪고 있다. 타율 2할6푼5리에 OPS 0.655. 사실 그의 통산 타율이 2할7푼3리인 것을 감안했을때 큰 차이는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장타율, 출루율 등 세부 지표에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홈런으로 커리어 최다를 기록했던 홈런마저 4개에 그치고 있다.

수비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다. 팀내 부동의 주전 중견수이고, 리그 전체를 따져도 상위 레벨의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국가대표 외야수로 발탁됐던 가장 결정적 요인이다. 그런데 타격 슬럼프가 워낙 길다보니 스스로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고, 위축된 모습도 보였다. 또 올 시즌 김성욱 영입으로 외야 수비 활용폭이 조금 더 넓어지면서, 선발 제외되는 경기도 이전보다 늘어났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신수의 뒤를 이어 '리드오프'를 맡아줄 수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하위 타순에 배치되고 있다.

이숭용 감독은 "경기에서 빠진 것도 있고, 생각했던 것만큼의 퍼포먼스가 안나오니까 풀이 좀 죽은 것 같다. 어제(2일)도 경기 끝나고 이동할때 (최)준우랑 둘이 걸어가길래, 내일은 너희 둘이 나가서 해야 된다고 했다. 지훈이한테도 기 죽지 말라고, 야구를 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해줬다. 너무 기가 죽어있는 게 보이니까 감독으로서 안쓰럽다"면서 "최지훈은 성장을 더 해줘야 한다. 팀의 리더로서도 성장해야 할 선수다. 미국 캠프에서의 궤적과 그림이 안나온다. 본인이 그걸 찾으려고 하는데 잘 안되니까 힘들거다. 잘 이겨낼거라 생각한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기죽지 마" 감독의 격려 → 3안타 폭발 "어떻게든 덤빈다. 그게 예의…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9회초 무사 1루 최지훈이 안타를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10/
감독의 격려가 효과가 있었을까. 이튿날인 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6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첫 타석부터 안타에 도루, 득점까지 성공하더니 최종 4타수 3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펄펄날면서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광주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받았냐는 질문에 "아마 찾아보시면 손에 꼽을거다. 여기서 잘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 웃으면서 "오늘은 편하게 들어갔다. 상대 '에이스' 투수이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상대했다"고 돌아봤다.

이숭용 감독의 격려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다는 최지훈이다. "풀이 죽어있었다기보다는, 사실 야구가 안되다보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보이셨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지훈아 내일 나가니까 잘해라. 잘해주라'고 말씀하셔서 어떻게 보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저는 이렇게 한마디 해주신 게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어제 손시헌 코치님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여러 분들께서 힘을 주신 덕분에 오늘 고향땅에서 잘한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숭용 감독이 이야기했던 '미국 캠프에서의 그림'은 최지훈도 잘 알고있다. 최지훈은 "감독님이 촉 좋다고, 올해 자기만 믿으라고 하셨는데"라고 농담하면서 "잘 될 때 유지를 잘했어야 했다. 매년 핑계를 대는 것 같지만, 날씨도 급격하게 더워지고 땀도 너무 흘리다보니 밸런스가 조금 망가졌다. 그래도 최근 3일간 강병식 코치님과 같이 타격 수정을 많이 한 게 오늘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최근 타격시 하체가 잘 안잡혀서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는 부분을 발견했고, 타격코치와 상의하면서 이 부분을 조정한 게 KIA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기죽지 마" 감독의 격려 → 3안타 폭발 "어떻게든 덤빈다. 그게 예의…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와 SSG의 경기, 6회말 2사 2루 최지훈이 재역전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16/

최지훈은 "오늘 3안타를 쳤어도 그동안 너무 못했기 때문에 찝찝하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지만, 남은 19경기에서 더 잘해야 한다"면서 "최근 체력을 많이 비축해놨기 때문에 어디 부러지지 않는 이상 가서 들이받아야한다. 하던대로, 팬분들이 좋아해주셨던 모습대로 최지훈 답게 해보겠다. 방망이는 당장 내일이라도 못칠 수 있지만, 매 타석 어떻게든 해보려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일 것 같다"고 막판 스퍼트를 앞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최근 팬들이 랜더스필드 외야 좌석에 최지훈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좌석마다 걸어놓고 등번호 '54'를 만든 이벤트가 있었다. 중견수 수비를 나갔던 최지훈도 당연히 봤다. 그는 "굉장히 감동이었다. 감사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야구를 잘하고 있지도 않고, 괜히 나대는 것처럼 보일까봐 죄송스럽게도 인사를 못드렸다. 정말 힘을 많이 받았고, 이렇게 뒤에서 항상 묵묵히 제 등만 보면서 응원해주신다고 생각하니까 울컥하더라. 참 감사한 마음 뿐"이라며 메시지를 전했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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