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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문제) '21억원'과 '7억원' 중에 더 많은 금액은?
선택지 ② '유망주를 성공적으로 키우기 위해 안달이 난 코치들이 거의 매일 붙어서 개인 레슨급으로 지도하는데다 부모의 뒷바라지와 충성도 높은 KBO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는 안락하고 성공확률 높은 환경에서 받는 7억원(당연히 세금도 ①보다 적다)'
자, 이제 두 가지 선택지에 제시된 '21억원'과 '7억원' 중에서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금액은 무엇일까. 선뜻 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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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준은 지난 25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캐타나 토론토 현지에서 공식 입단식을 치렀다. 토론토는 키 1m96의 당당한 체격에 최고 155㎞의 강속구와 뛰어난 변화구 구사능력을 지닌 문서준에게 무려 150만달러(약 21억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상당히 큰 금액이며, 토론토가 문서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선택지 ②의 주인공은 올해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된 천안 북일고 3학년 투수 박준현이다.
박준현은 문서준, 김성준(광주일고)와 함께 '고졸투수 빅3'로 평가받았지만, 셋 중에서 유일하게 KBO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김성준은 지난 5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120만달러에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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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거의 같은 레벨로 평가받은 특급 유망주 세 명이 두 갈래길로 갈라진 셈이다. 두 명(문서준 김성준)은 미국행을 택했다. 이들은 각각 150만달러와 12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다. 한화로 약 21억원과 17억원에 해당한다. 해외 신인계약금으로는 높은 축에 속한다.
반면 박준현은 이들과 달리 국내에 남아 계약금 7억원을 받았다. 올 시즌 신인 최고 계약금이지만, 문서준이나 김성준이 받은 금액보다는 적다. 그렇다면 박준현이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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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고교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아들을 미국으로 보냈던 한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계약금으로 100만달러 받아도 사실 남는 게 없다. 세금 떼고, 현지 생활비도 많이 든다. 마이너리그에 오래 머물다보면 어느 새 계약금으로 받은 돈은 다 없어져버린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특히나 역대 사례를 보면 고졸 유망주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실제로 1994년 당시 한양대 재학생 박찬호가 LA다저스와 계약하며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시초가 된 이후 30년간 수많은 아마추어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꿈꾸고 미국행을 택했다. 그러나 실제로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특히 투수들은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실패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성공확률 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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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투수 중 '성공한 메이저리거'는 없다. 백차승은 메이저리그 4시즌 동안 16승18패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한 뒤 '방출엔딩'을 맞이했다. 그나마 '통산 10승'을 넘긴 유일한 케이스다. 봉중근은 총 3시즌 동안 78⅓이닝을 소화하며 통산 7승4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5.17을 남겼다. 류제국 역시 3시즌(2006~2008) 동안 단 1승(3패) 평균자책점 7.49를 기록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물론 문서준과 김성준이 실패한 선배들의 전철을 밟으란 법은 없다. '최초의 고졸투수 성공사례'가 될 수도 있고, 추신수처럼 투수로 계약했지만 타자로 전환해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볼때 너무나 어려운 도전이다. 누적확률 '0%'를 뛰어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계약금은 이들의 청춘과 미래를 '역대 성공확률 0%의 도전'에 내건 대가인 셈이다. 그렇게 보면 결코 많은 금액이라 할 수 없다. 과거에도 100만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받고 미국으로 떠난 유망주들이 없던 게 아니다. 그들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서준과 김성준의 미래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