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나와?" 프리먼의 왼손 훅에 당황한 커쇼, 둘은 뜨겁게 포옹했다...로버츠가 연출한 223승 투수의 피날레

기사입력 2025-09-29 15:54


"네가 왜 나와?" 프리먼의 왼손 훅에 당황한 커쇼, 둘은 뜨겁게 포옹했…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29일(한국시각)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선발등판해 6회말 1사까지 투구를 하자 프레디 프리먼이 투수 교체를 하러 나와 커쇼를 향해 왼팔을 슬쩍 휘두르며 기념비적인 순간을 연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네가 왜 나와?" 프리먼의 왼손 훅에 당황한 커쇼, 둘은 뜨겁게 포옹했…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29일(한국시각)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선발등판해 6회말 1사까지 투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며 기립박수를 보내는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답례하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올 정규시즌 최종전 선발투수로 등판했다는 점에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고민과 배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커쇼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2025년 정규시즌 최종전에 선발로 나가 5⅓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7탈삼진의 역투를 하며 6대1 승리를 이끌었다.

커쇼는 지난 2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커리어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은퇴를 발표한 그는 "이제는 그만두려 한다. 그동안 가족, 구단,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금이 딱 그만둘 때"라며 "올해 동료들과 굉장한 시즌을 보냈다. 이보다 더 좋은 시즌은 생각할 수 없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가 이긴다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난 누구에게도 폐가 되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그리고 4⅓이닝 동안 4안타 4볼넷 2실점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그는 당시 로버츠 감독에게 공을 건네며 "잘 못던져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해당 경기를 6대3으로 이겼다.


"네가 왜 나와?" 프리먼의 왼손 훅에 당황한 커쇼, 둘은 뜨겁게 포옹했…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29일(한국시각)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선발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지막 홈경기에서 5만3천여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마운드를 내려간 커쇼는 이후 원정 기간 동안 커리어 마지막 선발등판을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는 마지막 홈경기 이후 나흘을 쉬고 지난 2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해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이날 시애틀전 등판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시 사흘을 쉬고 이날 정규시즌 최종전에 등판해 눈부신 피칭을 펼친 것이다.

커쇼는 올시즌 23경기에서 112⅔이닝을 던져 11승2패, 평균자책점 3.36, 84탈삼진, WHIP 1.22, 피안타율 0.243을 기록했다. 사이영상을 독식했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초라할 지 모르나, 올해도 다저스가 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힘을 보탰다.


로버츠 감독은 "커쇼가 없었다면 우리는 올해 지구 우승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주역이었고, 12번의 지구 타이틀과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했다"고 치하했다.

다저스는 올해 커쇼가 등판한 23경기에서 17승6패를 거뒀고, 특히 이날까지 커쇼가 나선 마지막 5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네가 왜 나와?" 프리먼의 왼손 훅에 당황한 커쇼, 둘은 뜨겁게 포옹했…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29일(한국시각)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선발등판해 6회말 1사까지 투구한 뒤 내야수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혜성. AP연합뉴스

"네가 왜 나와?" 프리먼의 왼손 훅에 당황한 커쇼, 둘은 뜨겁게 포옹했…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29일(한국시각)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선발등판해 6회말 1사까지 투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며 기립박수를 보내는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답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커쇼가 6회말 선두타자 에우헤니오 수아레즈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낼 때 투구수는 94개. 교체 타임이었다. 그런데 3루 더그아웃에서 투수 교체를 하러 나온 건 로버츠 감독이 아니었다. 1루수로 선발출전했다가 5회 대타로 교체된 프레디 프리먼이 걸어나오더니 커쇼에게 왼손 훅(hook)을 던진 뒤 뭔가를 이야기하더니 이내 포옹을 나눴다. 커쇼는 자신의 은퇴 의사를 약 한 달 전 프리먼에게 가장 먼저 얘기했다고 한다.

커쇼는 이어 포수 벤 로트벳 및 내야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했다. 거기에는 2루수 김혜성도 포함됐다. 커쇼는 원정이지만 4만여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다시 한 번 동료들과 포옹을 나눴다. MLB.com은 이 순간을 '커쇼가 프리먼의 훅을 받은 뒤 정규시즌 커리어 마지막 등판을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무리했다'고 표현했다.

경기 후 프리먼은 "그 순간 내가 마운드로 올라가 함께 한 것은 야구 인생을 떠올릴 때 가장 인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이 시대 가장 위대한 투수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치고 그걸 내가 진행했다는 것은 나중에 떠올리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다저스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신시내티 레즈와 와일드카드시리즈(WCS)를 벌인다. 커쇼는 26인 로스터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다저스가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면 커쇼에게 임무가 주어질 예정. 현재로서는 선발이 아닌 구원으로 불펜에서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커쇼는 18시즌 통산 455경기(선발 451경기)에 등판해 2855⅓이닝을 던져 223승96패, 펑균자책점 2.53, 3052탈심진을 남겼다. 평균자책점은 라이브볼 시대가 열린 1920년 이후 1000이닝 던진 역대 선발투수 중 1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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