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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BO 잔류 실패가 이토록 기막힌 역전 드라마의 발판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에릭 라우어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에 큰 힘을 보탰다.
라우어는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무안타 1볼넷 2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5대2 승리에 힘을 보탰다. 토론토는 시리즈 3승1패를 기록,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토론토는 6회말에도 라우어를 올렸다. 라우어는 선두타자 트렌트 그리샴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 갔다. 양키스 최고 타자 애런 저지만 자동고의4구로 걸렀고, 1사 1루에서 코디 벨린저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임무를 다했다.
라우어는 야리엘 로드리게스에게 공을 넘겼다. 2사 1루에서 로드리게스는 또 다른 양키스 강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재즈 치좀 주니어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라우어의 실점을 막았다.
사실 라우어는 양키스와 첫 맞대결에서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지난 6일 양키스와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 구원 등판했다가 ⅓이닝 3안타 1삼진 3실점으로 무너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토론토가 13대7로 이겨 그나마 내상이 덜했지만, 불펜에서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을지 우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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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어는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정규시즌 7경기에서 2승2패, 34⅔이닝, 평균자책점 4.93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함께하긴 했지만, 재계약을 장담하긴 어려운 성적이었다.
라우어에 따르면 KIA는 "에이스 제임스 네일과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계약하겠다"고 했다. 라우어는 한국 잔류를 기대했지만, 바람과 달리 KIA가 네일과 재계약하면서 라우어는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이 라우어에게는 천운이었다. 메이저리그 콜업 후 대박을 터트린 것. 지난 8월 6일까지 토론토에서 등판한 첫 18경기(최소 45이닝 이상 투구)에서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해 구단 좌완 역대 2위에 올랐다. 종전 역대 2위는 2020~2021년 류현진(현 한화 이글스)으로 2.89였다. 1위는 로저 클레멘스의 1.69.
라우어는 토론토의 트레이드 보강 승부수인 셰인 비버의 합류로 불펜으로 밀렸지만, 포스트시즌까지 함께하면서 여전히 중용되고 있다.
토론토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제 8승을 더 해야 한다.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 모두 7전4선승제로 치러진다. 라우어는 지난해 KBO에 이어 올해 월드시리즈까지 2년 연속 우승 반지를 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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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