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피의 에이스' 이 선수만을 위한 수식어다…"왜 세상 무너진 표정 짓냐" 105구로 답했다

기사입력 2025-10-14 08:00


'푸른 피의 에이스' 이 선수만을 위한 수식어다…"왜 세상 무너진 표정 …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준PO 3차전. 삼성 선발 원태인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0.13/

'푸른 피의 에이스' 이 선수만을 위한 수식어다…"왜 세상 무너진 표정 …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준PO 3차전. 7회초 2사까지 1실점으로 호투한 원태인이 마운드를 내려오며 강민호의 격려를 받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0.13/

[대구=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말 그대로 '푸른 피의 에이스'였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를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 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원태인은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105구 5안타 1볼넷 1사구 5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쳐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삼성은 시리즈 2승1패를 기록,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를 확보했다.

원태인은 직구(43개)에 슬라이더(27개) 체인지업(25개) 커브(7개) 커터(3개) 투심패스트볼(3개) 등을 섞어 SSG 타선을 요리했다. 체인지업이 초반에 잘 통하지 않아 슬라이더를 더 던졌던 게 주효했다.

강민호는 "우선 좋은 공을 많이 던지게 하려고 했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체인지업에 좀 맞아 나가는 게 많아서 빨리 패턴을 바꿨다. 직구랑 슬라이더 등 횡적인 움직임으로 바꾸면서 그게 조금 잘 먹혔던 것 같고, 2스트라이크 1볼 이렇게 우리가 유리한 카운트일 때 반대로 직구로 과감하게 승부했던 게 오늘(13일) 성공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3-0으로 앞선 4회가 유일한 위기였다. 원태인은 선두타자 최정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한유섬을 유격수 뜬공, 고명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잘 처리했다. 최지훈과 승부가 중요했는데, 우전 적시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3-1로 쫓겼다.

원태인이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자 포수 강민호가 마운드를 방문해 다독였고, 김성욱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추가 실점을 막았다.

원태인과 강민호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을까.

원태인은 "'네가 언제부터 점수 안 주는 투수였냐'고 하더라. '왜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짓냐'고 했다. 항상 (강)민호 형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끝나고 뭐 먹으러 갈래'라든지 농담을 많이 해 주신다. 무사 2루에서는 한 점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4, 5번 타자를 잡고 나니까 무실점으로 막으면 우리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2아웃에서 막고 싶었는데, 추격을 허용한 게 아쉬워서 아쉬워하고 있었더니 민호 형이 올라와서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고 답하며 웃었다.


원태인은 이미 90구를 넘긴 상황에서 7회에도 등판했다. 본인은 확신이 없었지만, 강민호의 믿음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원태인은 아웃카운트 2개를 더 잡고 이지영과 승부에 앞서 우완 이승현과 교체됐다.


'푸른 피의 에이스' 이 선수만을 위한 수식어다…"왜 세상 무너진 표정 …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3차전. 삼성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3/

'푸른 피의 에이스' 이 선수만을 위한 수식어다…"왜 세상 무너진 표정 …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준PO 3차전. 삼성 선발투수로 등판한 원태인.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0.13/
원태인은 "6회 끝나고 5회에 우리가 공격이 길고, 클리닝 타임까지 하면서 몸이 식은 것을 느꼈다. 내 구위에 반신반의했다. 힘이 떨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심지어 (1회에) 한번 우천 중단이 돼서 내 믿음이 반 정도였다. 감독님께서 (7회 투구도 가능한지) 물었을 때 민호 형한테 바로 갔다. '민호 형이 내가 던지는 게 맞습니까' 하니까 '지금 공 좋다. 맞아도 네가 맞아야 되니까 던지면 좋겠다'고 하셔서 자신감을 느꼈다. 내가 느끼기에는 힘이 떨어진 것 같지만, 아직 힘이 남았다고 생각해서 올라갔다"고 했다.

마지막 타자 안상현과 11구 싸움 끝에 삼진을 잡은 게 가장 체력 소모가 심했다.

원태인은 "'아 죽겠다' 했다. 너무 힘들었다. 마지막 11구 승부가 하필 또 100개를 넘어간 상황에서 이뤄졌다. 너무 끈질기게 승부했고, 될 대로 되라 던졌는데 루킹 삼진이 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더 던지면 다음에 영향이 있을 것 같고, 이지영 선배가 나 상대로 좋은 타격감을 갖고 있어서 내 욕심보다는 불펜을 믿었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가장 중요한 경기마다 등판해 에이스의 임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삼성이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패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원태인이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로 3대0 승리를 이끌면서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가 걸린 이날 경기에서도 원태인은 자기 몫을 200% 해냈다.

강민호는 원태인이 진짜 에이스로 성장했다는 말에 "우리 팀 에이스니까.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잘하고 있고, 오늘도 마운드에 올라가서 우리가 3점을 뽑아줬을 때 또 약간 밸런스가 무너지더라. 그래서 '야 또 이기려고 한다. 이기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우리 할 것만 하자' 이렇게 얘기해 줬다. 정말 잘 던지고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삼성 팬들은 푸른 피의 에이스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원태인은 "항상 기립 박수를 받으면서 마무리한다는 것은 최고 영광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제(12일) 자기 전에 혼자 상상했다. 상상대로 모든 게 다 이뤄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실점을 상상했는데, 1실점 해서 살짝 어긋나긴 했지만, 생각대로 풀려서 기분 좋고 뜻깊었다"고 이야기했다.


'푸른 피의 에이스' 이 선수만을 위한 수식어다…"왜 세상 무너진 표정 …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3차전. 7회초 2사 투구수 105개를 기록한 선발 원태인이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삼성 팬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건네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3/

대구=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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