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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말 그대로 '푸른 피의 에이스'였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를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 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강민호는 "우선 좋은 공을 많이 던지게 하려고 했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체인지업에 좀 맞아 나가는 게 많아서 빨리 패턴을 바꿨다. 직구랑 슬라이더 등 횡적인 움직임으로 바꾸면서 그게 조금 잘 먹혔던 것 같고, 2스트라이크 1볼 이렇게 우리가 유리한 카운트일 때 반대로 직구로 과감하게 승부했던 게 오늘(13일) 성공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3-0으로 앞선 4회가 유일한 위기였다. 원태인은 선두타자 최정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한유섬을 유격수 뜬공, 고명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잘 처리했다. 최지훈과 승부가 중요했는데, 우전 적시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3-1로 쫓겼다.
원태인과 강민호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을까.
원태인은 "'네가 언제부터 점수 안 주는 투수였냐'고 하더라. '왜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짓냐'고 했다. 항상 (강)민호 형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끝나고 뭐 먹으러 갈래'라든지 농담을 많이 해 주신다. 무사 2루에서는 한 점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4, 5번 타자를 잡고 나니까 무실점으로 막으면 우리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2아웃에서 막고 싶었는데, 추격을 허용한 게 아쉬워서 아쉬워하고 있었더니 민호 형이 올라와서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고 답하며 웃었다.
원태인은 이미 90구를 넘긴 상황에서 7회에도 등판했다. 본인은 확신이 없었지만, 강민호의 믿음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원태인은 아웃카운트 2개를 더 잡고 이지영과 승부에 앞서 우완 이승현과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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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타자 안상현과 11구 싸움 끝에 삼진을 잡은 게 가장 체력 소모가 심했다.
원태인은 "'아 죽겠다' 했다. 너무 힘들었다. 마지막 11구 승부가 하필 또 100개를 넘어간 상황에서 이뤄졌다. 너무 끈질기게 승부했고, 될 대로 되라 던졌는데 루킹 삼진이 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더 던지면 다음에 영향이 있을 것 같고, 이지영 선배가 나 상대로 좋은 타격감을 갖고 있어서 내 욕심보다는 불펜을 믿었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가장 중요한 경기마다 등판해 에이스의 임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삼성이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패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원태인이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로 3대0 승리를 이끌면서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가 걸린 이날 경기에서도 원태인은 자기 몫을 200% 해냈다.
강민호는 원태인이 진짜 에이스로 성장했다는 말에 "우리 팀 에이스니까.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잘하고 있고, 오늘도 마운드에 올라가서 우리가 3점을 뽑아줬을 때 또 약간 밸런스가 무너지더라. 그래서 '야 또 이기려고 한다. 이기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우리 할 것만 하자' 이렇게 얘기해 줬다. 정말 잘 던지고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삼성 팬들은 푸른 피의 에이스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원태인은 "항상 기립 박수를 받으면서 마무리한다는 것은 최고 영광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제(12일) 자기 전에 혼자 상상했다. 상상대로 모든 게 다 이뤄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실점을 상상했는데, 1실점 해서 살짝 어긋나긴 했지만, 생각대로 풀려서 기분 좋고 뜻깊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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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