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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가을야구 2년 차 삼성 박진만 감독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대3 승리를 거두며 1패 후 1승으로 균형을 맞췄다. 3,4차전은 대구에서 열린다. 원투 펀치 후라도 원태인이 차례로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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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을 훌훌 털어낸 타선이 무섭게 살아나고 있다. 이 기세라면 어떤 방패도 뚫을 기세다. 한화로선 3차전 선발 류현진의 경험에 가을 운명을 맡겨야 할 상황.
이 가을, 꼭 하나 나온다는 '미친 선수'도 있다. 외야수 김태훈(29)이다.
플레이오프 1,2차전 9타수5안타. 한화 마운드 핵심 3총사를 다 두들겼다. 1차전에는 폰세한테 홈런을 뽑아냈고, 마무리 김서현에게 안타를 뽑았다. 2차전에서는 와이스에게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선봉에 섰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와이스에 강한 박병호(0,429, 2홈런) 대신 김태훈을 7번 좌익수에 배치했다. 고심 끝 결단. 박 감독은 "김태훈이 전날 홈런을 쳤는데 뺄 수 없다. 좋은 흐름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을야구 최다홈런의 이름값이나 상대전적보다 현재 컨디션을 가장 중시한 선택. 김태훈은 3안타 경기로 사령탑의 현명한 선택에 보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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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안타가 좌우로 고루 퍼져있다. 코스와 구종에 물 흐르듯 대응하고 있다는 방증.
더 놀라운 것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의 대응이다.
공격적 스타일로 직구에 강한 김태훈은 1차전에 자신의 장점을 살려 폰세와 김서현의 초구 154㎞ 강속구를 공략해 홈런과 안타를 뽑아냈다.
2차전에 한화 투수들이 잔뜩 경계를 했다. 유인구 승부로 배트를 끌어내려 했지만 꾹 참고 자신이 원하는 코스와 구종을 유도해 안타를 날렸다.
특히 5회 등판한 좌완 조동욱과의 승부가 놀라웠다. 조동욱의 장기인 바깥쪽으로 낮게 흘러나가는 유인구 슬리이더에 잇달아 스윙을 하며 투스트라이크에 몰렸다. 투스트라이크가 되자 변화를 줬다. 무릎 각도를 낮추며 유인구에 대비했다. 박재홍 해설위원이 깜짝 놀랐던 대응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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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는 모습. 정규 시즌도 아닌 최고 투수들이 최고로 집중해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실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선수가 그동안 '백업' 꼬리표를 달고 있었는지 궁금할 지경.
2군 타격왕 출신으로 기대를 한껏 모았지만 1군에서 포텐을 터뜨리지 못했던 숨은 재능. 가을야구란 큰 무대에서 드디어 만개할 조짐이다.
"살면서 이런 날이 나에게는 안 올 줄 알았다. 이렇게 야구를 하다가 2군에서만 잘하는 선수로 남을 줄 알았다. 기분도 좋고 욕심도 난다"고 슬몃 미소 짓는 선한 얼굴의 가을 사나이. 2015년 데뷔 후 첫 가을야구를 설렘 속에 만끽하고 있는 김태훈.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오랜 노력이 쌓여 오늘의 영광이 됐다.
3년 전 왕조를 이끌던 프랜차이즈 스타 김상수의 KT 위즈 이적으로 속 상했던 삼성 팬들이 큰 무대에서 알을 깨고 나온 보상선수의 깜짝 활약에 큰 위안을얻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