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치다니, 난 놈이다. 무조건 걸러야" 던질 데가 없다. 영웅에 의한, 영웅을 위한, 영웅의 드라마[PO4현장]

최종수정 2025-10-23 05:35

"그걸 치다니, 난 놈이다. 무조건 걸러야" 던질 데가 없다. 영웅에 의…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4차전. 6회 동점 3점홈런을 날린 삼성 김영웅.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22/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김영웅에 의한, 김영웅을 위한, 김영웅의 경기였다.

벼랑 끝 탈락 위기에서 기사회생 하며 승부를 5차전으로 돌린 삼성 라이온즈. 투-타 선수들이 단합된 힘으로 7대4 역전승을 이뤄냈지만 승리의 절대지분은 연타석 스리런포로 동점→역전 드라마를 완성한 김영웅에게 있었다.

김영웅이 기적 같은 연타석 스리런홈런을 터뜨리며 진정한 '가을영웅'으로 등극했다.

김영웅은 2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연타석 3점포 두방으로 6타점을 쓸어담는 신들린 홈런쇼로 기적 같은 승리를 이끌었다. 김영웅의 '미친' 활약으로 삼성은 2승2패를 만들며 시리즈 향방을 원점으로 돌렸다. 4차전에서 멈출 뻔 했던 삼성의 가을동행은 24일 대전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5차전 끝장승부로 이어지게 됐다.
"그걸 치다니, 난 놈이다. 무조건 걸러야" 던질 데가 없다. 영웅에 의…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PO 4차전. 7회 역전 3점 홈런을 날린 삼성 김영웅이 원태인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0.22/
삼섬은 0-1로 뒤지던 5회 최후의 보루 원태인이 문현빈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0-4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삼성에는 이 가을 진짜 영웅 김영웅이 있었다.

1점을 추격해 1-4로 뒤지던 6회 1사 1,3루 0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한화 김서현의 153㎞ 낮은 직구를 퍼올려 우측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김영웅이 배트를 던졌다. 4-4 동점을 만드는 비거리 127m짜리 대형홈런.

끝이 아니었다.

4-4로 맞선 7회초 1사 1,2루. 한화 불펜에서는 폰세가 몸을 풀고 있었다.


또 한번 득점권에서 타석에 선 김영웅은 한화 투수 한승혁의 초구 145㎞ 몸쪽 직구를 당겼다. 조금 먹혔지만 강한 몸통스윙으로 스핀을 먹은 타구가 우측 담장을 향했다. 우익수가 주춤주춤 점프해 봤지만 공은 관중석으로 사라졌다. 라이온즈파크를 가득메운 2만3680명의 관중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린 결정적인 한방.

4타수3안타 6타점을 쓸어담은 김영웅의 활약은 반짝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4타수9안타(0.643) 3홈런, 12타점의 믿을 수 없는 활약으로 푸른 가을을 지배하고 있다.
"그걸 치다니, 난 놈이다. 무조건 걸러야" 던질 데가 없다. 영웅에 의…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삼성 김재윤이 역투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0.22/
동료들도 입이 떡 벌어졌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들어 매 경기 호투하다 이날은 5이닝 4실점 하고 0-4에서 내려온 원태인은 "아, 여기까지구나 했다가 다시 희망이 생겼다. 영웅이한테 너무 고맙다"며 뛸듯이 기뻐했다. 치료받다 나와 동점 홈런을 본 원태인은 "빠른 볼 2개에 연속으로 타이밍이 많이 늦더라. 내가 투수였어도 직구를 택했을 거고, 타자였으면 어쩔 수 없이 삼진 먹고 나왔을텐데 그런 상황에서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는 걸 보고 '아! 난 놈이구나' 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김영웅을 상대하는 투수였다면이란 가정에 원태인은 "걸러야죠. 주자가 차있어 거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이라며 웃었다.

깔끔한 세이브로 또 한번 승리를 지킨 김재윤도 "오늘은 영웅이가 다 한 날이다. 너무 고맙다"며 스포트라이트를 김영웅에게 돌렸다. 역시 '같은 상황에 김영웅을 상대한다면'이란 질문에 김재윤은 "던질 데가 없는데, 그냥 고의 4구를 내야죠"라며 웃었다.

동료 투수들 눈에도 믿기지 않는 괴물 같은 홈런 페이스. 지금 이 순간, 웬만하면 김영웅을 막을 수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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