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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때는 엔트리에 없던 투수.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종수와 함께 새로 합류했다.
선두 오지환이 중견수 키를 넘는 2루타로 출루했다. 타석에는 박동원이 섰다. 이날 한화 선발 류현진을 상대로 추격의 2타점 2루타와 달아나는 투런포를 날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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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바깥쪽 낮은 직구 초구에 어설픈 동작으로 번트파울을 낸 박동원은 2구째 147㎞ 하이패스트볼을 가까스로 배트를 묻혔다. 3루쪽으로 떴다 가라 앉은 평범한 타구. 3루수 노시환이 잡아 1루에 던진 송구가 높았다. 1루수 키를 넘어 뒤로 빠지는 실책. 3루에 도착한 2루주자 오지환이 홈을 밟았다. 11-5로 달아나는 순간. 평소 노시환의 수비 실력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이 안되는 악송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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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없는 송구실책의 원인. 여러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번째 가능성은 경기를 방해할 정도의 추위다.
이날 기온은 전날에 비해 10도 정도 뚝 떨어졌다. 섭씨 7도 정도에 바람까지 불어 7회 무렵 체감 기온은 영하에 가까웠다. 강견의 노시환이 추위에 곱은 손가락을 녹이지 못한 채 번트수비를 했다면 악송구를 범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다만, 박동원이 처음부터 번트를 시도했던 터라 손을 미리 주머니에 녹이는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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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문현빈과 백투백 홈런을 날리며 기세 좋게 출발했던 노시환은 이후 타석에서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문현빈의 밀어내기로 5-7로 추격한 4회 2사 만루에는 바뀐 투수 김진성의 하이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빅찬스를 무산시켰다. 마지막 타석이 된 7회 2사 후에는 뜬공으로 물러났다. 4타수1안타.
여러모로 5점 차로 크게 뒤진 7회말 수비는 살짝 의욕이 떨어질 수 있었다.
여기에 투수는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르는 윤산흠으로 바뀌었다. 실패한 타석들에 대한 생각도 있을 수도 있었다. 발이 느린 박동원의 번트 타구가 왔다. 2루는 늦었다.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1루로 던질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노시환은 송구는 크게 빗나갔다. 실점으로 이어졌다. 남은 2이닝 일말의 추격 가능성마저 지운 쐐기 실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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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실패는 관대하게 감싸줘야 할 청년 거포 내야수. 하지만 실패가 아닌 실수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실수가 만약 '아, 우리 졌다' 하는 느슨해진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였다면 철저히 반성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4번타자 왕관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팀원 모두 의지하는 위치다. 이 중요한 시리즈에 포기하는 마음을 품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
그 여파는 단지 1경기 만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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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화 타선은 역전을 허용한 뒤 집단 패닉에 빠진 듯 좀처럼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역전을 당하면 다시 악착같이 뒤집으려는 투쟁심이 필요하다. 어떤 선수에게는 야구인생의 목표인,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꿈의 무대 한국시리즈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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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든 지든 무려 19년 만에 얻은 한국시리즈라는 소중한 기회 무대에서 반드시 무언가 얻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이든 포기 없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덤벼야 한다.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한화선수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어야 한다.
2차전을 크게 패한 뒤 한화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 다운 박진감 있는 경기가 나와야 하는데 스코어 면에서 팬들에게 많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를 먼저 했다. 책임은 사령탑의 몫이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1차전에 이어 나온 노시환의 아쉬운 수비에 대한 질문에 김경문 감독은 "그건 코멘트 안하고 싶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