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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0개 구단 사장단이 최근 KBO 허구연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독과점 에이전시의 행태에 대해 항의를 했다. KBO는 조만간 규정 손질 등 구체적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올해 FA 시장이 절정에 달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대부분의 반응이 하나같이 "특급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과거 100억, 150억 이상을 무조건 예상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급' 특급 선수가 있었는데, 올해는 S급 선수는 없다는 게 전반적인 구단들의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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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한화 또한 무서운 큰손이다. 한화는 KT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던 강백호에게 빠르게 다가가 세자릿수(100억원) 계약을 제시했고, 잡아왔다. 뿐만 아니라 한화는 타 FA 선수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주도하는 FA 시장 계약 체결 몸값은, 솔직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힘든 수준이다.
불혹을 앞둔 김현수가 KT 위즈와 3년 50억 전액 보장을 받았고, 올해 OPS가 0.621이었던 최원준은 타팀 경쟁도 없이 4년 최대 48억원이라는 믿기지 않는 계약을 해냈다. FA 신청 가능성조차 반신반의였던 선수가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여기에 2019년 17승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6시즌 연속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불펜 투수 이영하가 27일 두산과 4년 최대 52억원(계약금 23억, 연봉 23억, 인센티브 6억)에 사인을 했다. 이 역시 놀라운 수준이다. 타팀 영입 경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타팀에서도 이영하에게 50억에 가까운 돈을 주는 것이 과연 맞느냐를 두고 내부에서 논쟁이 있었다.
해당 구단들도 할 말은 있다. '그렇게 주지 않으면 우리랑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데 어떡하나'라며 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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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FA 계약을 체결하는 규모를 보면 이런 불만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선수가 가장 만족할만 한 금액을 턱턱 안겨주는 게 구단이다. 독과점 에이전시를 견제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를 누구보다 반기면서도, 실제 구단들의 행보는 그들이 쏟아낸 불만과 180도 다르다.
심지어 FA 계약 선수들이 전부 같은 에이전시 소속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결국 경쟁의 조짐만 있어도 구단들 역시 선수 측에서 설정해놓은 금액을 무조건 맞춰주고, 그 이상도 부른다는 뜻이다. 내부에서 설정한 금액 기준은 아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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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과 제도 손질, 여론에만 기댈 것이 아니다.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구단들이 직접 보여주는 게 맞다. 아니면 불평을 하지 않거나.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