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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영광이죠. 20명 빼면 첫 번째니까."
박찬호는 두산과 4년 80억원에 계약했다. 홍민규가 KIA에서 보상선수 성공 신화를 쓴다면, 80억원짜리 선수를 잃은 쓰라린 마음을 달랠 수 있다.
홍민규는 19살 어린 선수인데도 마운드 위에서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배짱이 있어 두산 내부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봤던 투수다. 타자와 타이밍 싸움을 할 줄 아는 영리함도 갖췄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까지 나온다. 체인지업도 구종 가치가 높은 편. 다만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 완성도는 더 높일 필요는 있다.
심재학 KIA 단장은 "현장 스태프들과 회의를 했고, 데이터팀과도 회의한 끝에 홍민규를 선택했다. 당장 내년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런 유망주를 뽑았다. 선발 기용 여부는 현장에서 판단할 텐데, 신인이니까. 차후 빌드업하면 선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바로 선발로 쓸 수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인 선수가 곧장 팀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홍민규는 씩씩했다.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한 두산에서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대형 FA의 보상선수로 선택받은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홍민규는 "처음에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어디를 가서든 잘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래도 20명을 제외하면 내가 첫 번째 선수 아닌가. 그래서 뽑혀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뽑아주신 것을 후회 안 하게 만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1년 동안 프로 무대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보완할 점도 정리해 뒀다. 이미 더 나은 시즌을 위한 훈련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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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규는 올해 KIA 상대로 3경기, 1패, 6⅔이닝, 평균자책점 9.45로 부진했다. 홍민규가 상대한 9개 구단 가운데 최악의 성적표. 그런데도 KIA는 어린 투수의 미래 가치에 높은 점수를 줬다.
홍민규는 "KIA는 정말 강팀이었다. 내가 KIA전에 던질 때 야구를 정말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랑이가 정말 무서운 팀"이라며 머쓱한 웃음을 터트린 뒤 "이제는 KIA 강타선이 지원해 주니 정말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1년 동안 정든 두산 동료들과는 인사를 나눴다. 조만간 KIA의 연고지인 광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홍민규는 "보상선수 기사가 났을 때 다들 전화해 주셨다. 1년밖에 못 보고 가는 게 아쉽긴 한데, 그래도 나중에 광주에 오고 그러면 같이 밥 먹자고 하셨다. (이)병헌이 형이 굉장히 슬퍼하셨고, 나머지 형들도 다 똑같이 슬퍼해 주셨다. 특히 병헌이 형이 슬퍼하셨는데, 병헌이 형과 (김)택연이 형이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내가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려 주셔서 감사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KIA에는 투수 김태형과 내야수 정현창 등이 친분이 있는 선수들이다. 홍민규가 새 팀에 적응하는 데 많이 의지할 듯하다.
서울 출신인 홍민규는 타지 생활과 관련해 "중학교 때도 춘천 쪽에서 자취한 경험이 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의젓하게 답한 뒤 "뽑으신 것 후회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번 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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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