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가 지난 10월 18일(한국시각)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4차전서 승리를 마무리지은 뒤 앤디 파헤스와 기뻐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사사키 로키는 올해 'NL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투표단 30명 중 그 누구도 그에게 5위표조차 주지 않았다. 시즌 전에는 현지 매체들의 주도로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지만, 시작부터 들쭉날쭉한 피칭이 어어졌고 5월 10일 이후로는 오른쪽 어깨 충돌증후군 진단을 받고 IL에 올라 4개월 넘게 재활에 매달렸다.
하지만 사사키의 잠재력은 가을에 폭발했다. 그런데 보직이 선발이 아니었다. 그는 포스트시즌서 마무리를 맡아 9경기에서 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0.84를 올렸다. 10⅔이닝 동안 6안타와 5볼넷을 내주고 삼진 6개를 잡아냈으니, 완벽에 가까웠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정규시즌서는 10경기에서 36⅓이닝을 던져 1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46, WHIP 1.43으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사사키다.
사사키 로키의 직구 스피드는 포스트시즌서 평균 99마일대에 이를 정도로 회복됐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사사키가 포스트시즌서 마무리로 던지면서 확인한 가장 큰 소득은 역시 직구 구속 회복이다. 정규시즌서는 99마일 이상의 직구가 8개에 불과했지만, 시즌 막판 복귀해 9월 2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부터 불펜으로 던진 이후에는 46개의 직구가 99마일 이상을 찍었다. 포스트시즌서는 37개의 직구가 99마일 이상이었다.
사사키의 구속이 어깨 부상 이전과 이후 얼마나 빨라졌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규시즌서 직구 구속은 최고 100.5마일, 평균 96.1마일에 그쳤다. 100마일 이상 직구는 3월 20일 도쿄돔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개막 2연전 2차전서 2개, 9월 부상에서 돌아와 구원으로 등판한 시애틀 매리너스전서 1개가 각각 나왔다. 미국 본토로 넘어와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100마일 직구를 던진 적이 없다.
사사키로 로키의 부활을 오타니 쇼헤이가 그 누구보다도 반겼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사사키는 포스트시즌서 최고 101.4마일, 평균 98.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뿌리며 위력적인 마무리로 존재감을 드높였다. 단순히 빨라지기만 한 게 아니다. 컨트롤이 잡혔다. 직구와 스플리터 모두 안정적인 컨트롤로 던지니 투구 내용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선발 등판 때 22볼넷, 24탈삼진을 기록했던 사사키는 구원으로 보직을 바꾼 이후 볼넷 비율(14.3%→10.0%)은 줄고, 탈삼진 비율(15.6%→20.0%)은 증가했다. 직구가 살아나니 스플리터의 위력도 배가 됐다.
MLB.com은 '사사키는 구원투수로서 전체적인 투구 실력이 1년 전 그가 포스팅 협상을 벌일 때 구단들이 기대했던 그 모습에 가까워졌다. 또한 그는 다저스가 1년 내내 기다렸던 모습으로 투구를 했는데, 내년 시즌에는 더욱 잘 던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사사키 로키는 내년 시즌 로테이션에 복귀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우려되는 현상도 나타나기는 했다. 직구 구속이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대개 99~100마일에서 형성됐지만, NLCS와 월드시리즈에서는 그보다 1마일 정도가 느려졌다. 즉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NLCS,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직구 평균 구속은 98.3마일로 신시내티 레즈와의 와일드카드시리즈,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4경기에서 나온 99.9마일을 훨씬 밑돌았다. 그런데 이것은 디비전시리즈 4차전서 3이닝 동안 36개의 공을 던진 뒤 불과 3일을 쉬고 NLCS 1차전에 등판해 체력적인 부담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 시즌 로테이션에 복귀할 경우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 있다. 그러나 불펜서 대기하는 것과 규칙적으로 5~6일을 쉬고 나서는 선발등판은 심신에 가해지는 부담이 확연히 다르다.
MLB.com은 '사사키는 올해 정규시즌에 참가하기 전 다저스 캠프에서 불과 2~3주 동안 적응 훈련을 했는데, 내년 시즌을 앞두고는 몇 개월 동안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가 마무리로 얻은 가장 중요한 결론은 힘이 넘치는 구위를 확인했다는 점, 이제는 선발투수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는 점'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러다 내년 시즌 사이영상 수상 후보자로 꼽힐 수도 있을 전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