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가 앤서니 렌던의 7년 2억4500만달러 계약과 결별했다. 그러나 앞으로 7년 동안 3800만달러를 마저 줘야 한다. AP연합뉴스
LA 에인절스가 최근 16년 동안 가장 잘한 일은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한 것이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손꼽히는 '악성 계약'의 주인공인 앤서니 렌던과의 결별 작업을 마무리했다.
2019년 12월 7년 2억45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렌던은 계약 마지막 시즌인 내년 연봉 3800만달러(549억원)를 향후 7년에 걸쳐 나눠받는 것으로 지난(至難)했던 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MLB.com은 31일(한국시각) '에인절스와 3루수 앤서니 렌던이 7년 계약의 마지막 해에 책정된 연봉을 지급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데 합의했다'며 '내년 연봉 3800만달러를 앞으로 7년 동안 나눠서 주기로 했다. 실질적인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앞서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서 렌던 계약의 마지막 해 연봉분을 추후지급해 단기 유동성에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했었다'고 전했다.
앤서니 렌던은 에인절스 이적 후 출석률이 25%에 불과했다. AP연합뉴스
렌던은 FA 시장에 나갈 당시 역대 최고의 3루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타율 0.319, 34홈런, 126타점, 117득점, OPS 1.010을 마크하며 NL MVP 투표 3위에 올랐고, 실버슬러거도 차지했다. 에인절스에서 첫 시즌인 2020년 60경기 중 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9홈런, 31타점, OPS 0.915로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예고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온갖 부상에 시달리며 연봉만 축내는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상 부위도 사타구니, 무릎, 햄스트링, 엉덩이, 손목, 정강이, 허리 등 다양했다. 결국 올초 스프링트레이닝서 엉덩이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고, 내년 복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통계를 보니 렌던은 2021~2025년까지 5년 간 팀이 치른 810경기 중 205경기에 출전했다. 출석률이 4분의 1에 불과했다. 팀보다는 병원, 트레이닝룸에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렌던이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게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부상 탓이기 때문에 에인절스는 약속한 연봉을 모두 줘야 한다. 이 문제를 놓고 시즌 직후 3개월 가까이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 것이다.
행정적으로 렌던의 은퇴가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내년 시즌이 시작되면 일단 현역 로스터에 올리고 곧바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등재해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은퇴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앨버트 푸홀스는 에인절스에서 10년 동안 딱 한 번 WAR 4.0 이상을 기록했을 뿐이다. AP연합뉴스
LA 에인절스는 FA 시장에서 선수 보는 안목이 형편없기로 유명하다. 거액을 투자해 데려온 FA 가운데 "계약 참 잘했다"는 소리를 들은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그 절정이 렌던이다.
아트 모레노 구단주가 2003년 4월 월트디즈니에 1억8000만달러를 주고 인수한 이후 에인절스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 동안 5번 포스트시즌에 올라 호황을 누렸지만, 2010년 이후 2014년을 제외하곤 가을야구 무대에 서지 못했다.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는 현존 30구단 중 최장기록이다. 특히 2014년 디비전시리즈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3패로 무릎을 꿇었음을 감안하면, 에인절스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16년 동안 포스트시즌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전력을 제대로 꾸리지 못한 탓이다. 에인절스가 2010년 이후 5000만달러 이상에 FA 계약을 한 선수는 2012년 1루수 앨버트 푸홀스(10년 2억4000만달러), 같은 해 좌완 선발 CJ 윌슨(5년 7750만달러), 2013년 조시 해밀턴(5년 1억2500만달러), 렌던, 2022년 마무리 라이셀 이글레시아스(5년 5800만달러) 등 5명이다. 윌슨을 빼면 전부 '먹튀' 취급을 받았다.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가 마지막으로 함께 뛴 경기. 2023년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게임이다. AP연합뉴스
간판 마이크 트라웃과 2019년 3월 12년 4억2650만달러에 초장기 연장계약을 했지만, 그도 계약 3번째 시즌인 2021년부터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제 몫을 못했다. 이들 6명에만 11억7200만달러(1조6924억원)를 쏟아부었지만, 팬들의 외면과 비난만 받았다.
모레노 구단주는 2022년 여름 구단 매각에 나섰다가 3개 업체에 양도가를 너무 높게 부르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되자 20243년 1월 매각 방침을 철회했다. 그가 가장 잘 한 건 2018년 오타니 쇼헤이 영입이었다. 하지만 오타니도 6년간 에인절스의 '우울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떠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