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찬아, 나 정신차렸다" 점퍼단추 풀어 보여준 '36번', '다시, 오재일' 삼성 방출 아픔 미완의 거포가 꾸는 꿈

최종수정 2026-02-03 01:33

"지찬아, 나 정신차렸다" 점퍼단추 풀어 보여준 '36번', '다시, 오…
창단식 후 인터뷰 하는 오현석. 울산=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울산=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그는 늘 '오재일'을 꿈꿨다. 우투좌타의 1루수 미완의 거포 유망주.

번호를 묻자 인터뷰 중 점퍼 지퍼를 내려 유니폼 가슴에 적힌 숫자를 보여주며 슬몃 미소를 짓는다. '36번'이다. 꿈에 그리던 번호. '롤모델' 오재일 선배의 두산 시절 번호다. 이승엽을 롤모델로 삼았던 오재일은 36번을 고수했고, 거포 1루수의 상징적 숫자가 울산 웨일즈 오현석으로 이어지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 출신 거포 유망주. 2021년 김지찬과 함께 삼성에 입단한 2차 3라운더 야수. 이른 순번에 지명된 만큼 기대가 컸다. 당당한 체구와 일발장타력으로 차세대 거포로의 성장이 점쳐졌던 선수. 병역까지 마쳤지만 우여곡절 끝 지난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낙담했지만 바로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이제는 푸른 유니폼이 아닌 울산 웨일즈의 흰색 유니폼을 입고 다시 1군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2일 울산에서 열린 창단식 현장. 오현석은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지찬아, 나 정신차렸다" 점퍼단추 풀어 보여준 '36번', '다시, 오…
두산 시절이던 2020년 오재일. 스포츠조선DB 2020.09.24/
"어릴 때 부터 제 롤모델은 (오)재일이 형이었습니다. (삼성에 있을 때는 달아보지 못했던 번호인데) 36번이 안되면 44번(삼성시절 오재일 번호)을 달려고 했습니다.(웃음)"

삼성에서 나온 뒤, 그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왜 안됐을까 후회가 물 밀듯 밀려왔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다시 시작.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설정만 오롯이 남았다.

생각이 정리되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겨우내 일본 미야자키까지 건너가 훈련에 매진하며 현역 선수 못지않은 몸 상태를 유지했다. 외형적으로도 변화가 또렷하게 느껴진다.


"몸무게는 비슷한 것 같은데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 모두 살이 빠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불필요한 군살이 빠지고 근육량이 늘었다는 의미.


"지찬아, 나 정신차렸다" 점퍼단추 풀어 보여준 '36번', '다시, 오…
삼성 시절 오현석.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일상부터 운동 방식까지 전부 바꿔보려 노력 중입니다. 하루 두 끼 중 한 끼는 꼭 샐러드를 챙겨 먹으며 몸을 관리하고 있어요. 코치님들께도 먼저 다가가 변화를 위한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그간 '미완의 대기'로만 불렸던 이유에 대해 오현석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기회는 받았지만 결과를 내지 못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제 그는 멀리 치려는 욕심보다 '정확하고 강하게'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컨택이 우선 돼야 장타가 나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예전보다 더 간절하게 매 타석 신중하게 하려고 합니다. 무조건 1군 진입 만을 쫓으면 조급해질 것 같습니다. 우선 울산 웨일즈의 타자로 자리를 잡는 등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가겠습니다."

외야를 병행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1루에 전념해 타격재능을 극대화할 생각이다.
"지찬아, 나 정신차렸다" 점퍼단추 풀어 보여준 '36번', '다시, 오…
오현석의 절친 동기생 김지찬.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그의 재기 소식에 가장 기뻐한 건 삼성 시절 동료들이었다. 특히 절친 김지찬은 "이제 정신 차리고 야구하라"며 장난 섞인 격려를 보냈다. 오현석은 "지찬이가 운동 열심히 하고 잘하라고 응원해준다"며 해맑은 웃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이승엽→오재일로 이어진 36번의 리그 최고 거포의 기운이 오현석에게도 예외 없이 발현될까. 이른 나이에 재도전의 길에 서게 된 오현석의 꿈이 울산에서 영글기 시작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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