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자라 좌완? WBC에서 그 선택은 도박수였다...왜 거기서 김영규였을까 [WBC 승부처]

기사입력 2026-03-08 00:07


좌타자라 좌완? WBC에서 그 선택은 도박수였다...왜 거기서 김영규였을…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일본의 경기. 7회말 2사 만루 김영규가 요시다에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7/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김영규였을까.

시원하게 졌으면 차라리 후회는 덜 남았을 뻔 했다. 분명히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경기다.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C조 조별리그 일본과의 2차전에서 6대8로 석패했다. 일본 대표팀과의 맞대결 11연패 늪에 빠지게 됐다.

당초 일본은 같은 조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넘기 힘든 벽처럼 여겨졌다. 객관적 전력이 그랬다. '야구의 신' 오타니를 필두로 야마모토, 기구치, 스즈키, 요시다 등 내로라 하는 메이저리거들에 올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무라카미, 오카모토 등 최정예 전력으로 나온 팀.

반대로 한국은 빅리거 이정후를 중심으로 위트컴과 존스가 합류한 타선은 막강하지만 투수력에 약점을 보이며 사실상 일본은 1강으로 인정하고, 다른 경기들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냉정한 시선이 있었다.

사실 선발 카드부터 어느정도 그런 느낌을 줬다. 원태인과 문동주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하며 선발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대표팀은 일본전 선발로 고영표를 내정했다. 고영표가 부족한 투수라는 의미가 아니라 류현진, 곽빈, 더닝 등 더 강하다고 평가를 받는 투수들을 대만과 호주전에 대비시키며 살짝은 힘을 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방망이의 힘이 경기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1회부터 기구치를 두들기며 3점을 선취했다. 선발 고영표과 두 번째 투수 조병현이 오타니, 스즈키, 요시다에 홈런 4방을 내줬지만, 김혜성이 극적 동점 투런을 치며 5-5 팽팽한 승부가 됐다.


좌타자라 좌완? WBC에서 그 선택은 도박수였다...왜 거기서 김영규였을…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일본의 경기. 7회말 2사 만루 김영규가 요시다에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7/
여기서부터는 경기 전 예상, 이런 건 의미 없었다. 사실상 1~2점 승부. 불펜 싸움이었다. 한국은 5회와 6회 손주영과 고우석이 기대 이상의 구위를 보여주며 깔끔하게 이닝을 막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약점이라던 불펜에서, 주축 투수들이 구위가 전혀 올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손주영 고우석 두 사람이 150km 이상의 강한 공과 깔끔한 제구로 이닝을 막아줬다. 일본도 긴장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7회가 너무 아쉬웠다. 박영현이 선두 마키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했다.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2사 3루 위기. 타석에는 오타니. 자동 고의4구였다.

여기서 한국 벤치는 좌완 김영규 카드를 선택했다. 일본 2번이 좌타자 곤도. 평소 KBO리그 정규시즌이라면 좌타자 상대 좌투수 투입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WBC였다. WBC는 투수가 한 번 나오면 최소 3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의무 규칙이 있다. 김영규가 곤도를 처리해주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만약 곤도를 잡아내지 못하면 그 다음이 우타자 스즈키였다. 이날 고영표를 상대로 홈런 2방을 때려낸, 최고 컨디션의 타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타자를 좌완 김영규가 상대해야 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김영규는 정말 잘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는지, 지나치게 코너워크를 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곤도를 상대로 볼넷을 주고 말았다. 2사 만루. 멀티 홈런을 친 강타자. 김영규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운데에 공을 넣지 못했다. 또 볼넷. 통한의 밀어내기.


좌타자라 좌완? WBC에서 그 선택은 도박수였다...왜 거기서 김영규였을…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체코의 경기. 한국이 11대4로 승리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류지현 감독과 코칭스탭의 모습.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5/
여기서도 투수를 바꿀 수 없었다. 김영규는 어쩔 수 없이 한가운데 공을 던지다 요시다에게 쐐기타까지 허용했다. 여기선 좌투수-좌타자가 의미가 없었다. 이미 전세가 일본쪽으로 넘어간 후였다. 김영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멘붕' 상황에 처했다.

아쉬운 면도 있었다. 곤도를 상대할 때 명백한 스트라이크가 볼 판정을 받으며 3B에 몰렸다. 하지만 억울해하면 안됐다. 이날 구심의 존은 일관되게 좁았다. 일본도 억울한 판정을 많이 받았다. 이런 주심 성향이라면, 제구보다 구위로 승부하는 스타일인 김영규는 어울리지 않았다. 또 이날 김영규의 구위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체코전에 이어 이틀 연속 140km 초중반대 구속에 그쳤다. 그러니 자신있게 가운데 승부를 할 수 없었다. 여기서부터 모든 게 꼬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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