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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김영규였을까.
당초 일본은 같은 조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넘기 힘든 벽처럼 여겨졌다. 객관적 전력이 그랬다. '야구의 신' 오타니를 필두로 야마모토, 기구치, 스즈키, 요시다 등 내로라 하는 메이저리거들에 올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무라카미, 오카모토 등 최정예 전력으로 나온 팀.
반대로 한국은 빅리거 이정후를 중심으로 위트컴과 존스가 합류한 타선은 막강하지만 투수력에 약점을 보이며 사실상 일본은 1강으로 인정하고, 다른 경기들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냉정한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방망이의 힘이 경기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1회부터 기구치를 두들기며 3점을 선취했다. 선발 고영표과 두 번째 투수 조병현이 오타니, 스즈키, 요시다에 홈런 4방을 내줬지만, 김혜성이 극적 동점 투런을 치며 5-5 팽팽한 승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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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회가 너무 아쉬웠다. 박영현이 선두 마키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했다.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2사 3루 위기. 타석에는 오타니. 자동 고의4구였다.
여기서 한국 벤치는 좌완 김영규 카드를 선택했다. 일본 2번이 좌타자 곤도. 평소 KBO리그 정규시즌이라면 좌타자 상대 좌투수 투입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WBC였다. WBC는 투수가 한 번 나오면 최소 3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의무 규칙이 있다. 김영규가 곤도를 처리해주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만약 곤도를 잡아내지 못하면 그 다음이 우타자 스즈키였다. 이날 고영표를 상대로 홈런 2방을 때려낸, 최고 컨디션의 타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타자를 좌완 김영규가 상대해야 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김영규는 정말 잘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는지, 지나치게 코너워크를 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곤도를 상대로 볼넷을 주고 말았다. 2사 만루. 멀티 홈런을 친 강타자. 김영규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운데에 공을 넣지 못했다. 또 볼넷. 통한의 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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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면도 있었다. 곤도를 상대할 때 명백한 스트라이크가 볼 판정을 받으며 3B에 몰렸다. 하지만 억울해하면 안됐다. 이날 구심의 존은 일관되게 좁았다. 일본도 억울한 판정을 많이 받았다. 이런 주심 성향이라면, 제구보다 구위로 승부하는 스타일인 김영규는 어울리지 않았다. 또 이날 김영규의 구위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체코전에 이어 이틀 연속 140km 초중반대 구속에 그쳤다. 그러니 자신있게 가운데 승부를 할 수 없었다. 여기서부터 모든 게 꼬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