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호주의 경기, 한국이 승리하며 8강행을 확정했다. 경기가 끝나자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9/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기쁨은 하루로.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진출의 대업을 이뤘다.
극적이었다. 숙적 일본과 신흥 강자 대만에 연달아 패했다. 벼랑 끝에 몰렸다. 마지막 호주전 2실점 이내, 그리고 5점 이상 승리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 호주의 경기력이 매우 훌륭했기에,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 마이애미 전세기 탑승을 향한 한국 선수들의 간절함에, 야구의 신이 응답했다. 정말 극적으로, 마지막 9회초 천금의 7번째 득점을 따내며 간신히 7대2 승리를 거뒀다. 한국 선수들은 마치 WBC에서 우승을 한 듯 그라운드에 뛰쳐나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박수 받을만한 성과다. 17년 만에 8강 본선에 갔다. 4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악몽을 지웠다. 마지막 호주전, 선수들이 의욕을 잃었다면 대승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똘똘 뭉쳐 단 하나의 목표, 미국에 가겠다는 꿈 하나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문보경이라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40세가 훌쩍 넘은 노경은이 투혼의 역투를 펼치고, 마지막 1점으로 울다 웃게 만든 시나리오. 안그래도 야구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이번 WBC로 인해 야구 인기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더 오를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호주의 경기, 한국이 승리하며 8강행을 확정했다. 경기가 끝나자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9/
하지만 냉정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8강행은 축하 받아야 마땅했지만, 과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은 KBO리그 규모도 크고, 선수들 몸값도 천문학적이다. 야수는 김하성, 투수에서 원태인과 문동주가 빠졌다고 하지만 이정후, 김혜성 등 현역 메이저리거에 해외파 선수들도 총동원했다. 선수들 몸값, 커리어, 객관적 전력으로는 일본과 맞서 싸워야 할 팀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국제대회 무기력증에 빠졌고 일본전 10연패 늪에 허덕였다. 그 사이 대만은 한국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호주도 안심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은 일본은 1강으로 인정하고, 대만과의 사실상 2위 결정전에 총력전을 펼치려 준비했다.
하지만 대만이 첫 경기에서 호주에 잡히며 C조 상황이 완전히 꼬였다. 일본은 예상대로 혼자 치고 나갔다. 호주에 진 대만은 한국을 이겼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 100% 전력으로 붙으면 계산대로 나올 결과가 한국과 호주전에서 나왔다. 사실 그 정도 전력 차이가 존재했다. 호주는 리그가 있다지만, 우리 아마추어 수준이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호주의 경기, 한국이 승리하며 8강행을 확정했다. 환호하며 포즈를 취한 류지현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9/
결과론적으로 호주가 대만을 잡아줬기에 우리의 8강행이 가능했다. 만약 C조 첫 일정에서 우리가 예상한대로(?) 대만이 호주를 이겼다면, 우리는 일본과 대만에 지고 일찌감치 탈락 확정을 받아들었을지 모른다.
언젠가부터 국제대회에서 확실히 한 경기를 막아줄 에이스가 사라졌다. 젊은 에이스는 나오지 않는다. 그나카 키워놓은 원태인, 문동주는 아팠다. 타자들도 기복이 심했다. 그나마 문보경이라는 새로운 보물이 등장해 천신만고 끝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 야구가 언제부터 대만을 두려워하고, 호주전 결과에 대해 이렇게 신경을 썼단 말인가. 물론 대만과 호주 야구가 발전한 것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야구만 홀로 정체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번 17년 만의 8강 진출을 축하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 행운의 미국행에 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커지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