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평정심을 찾고 안타 하나, 홈런 하나만 나오면 잘 칠 거다"라는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의 굳건한 믿음이 마침내 통했다.
'FA 편법 논란'과 '먹튀' 오명을 뒤집어쓰며 야구 인생 최대의 기로에 섰던 김재환(38)이 극적인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김재환은 지난 달 3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시원한 3점포를 터뜨렸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원클럽맨'으로 여겨지던 두산 베어스를 떠나 2년 총액 22억 원에 SSG 유니폼을 입은 김재환. 이적 과정부터 시끄러웠다. 보상 규정을 피하기 위한 편법 옵션 논란에 과거 금지약물 복용 이력까지 소환되며 팬들의가혹한 비판 '직격탄'을 맞았다. 거액을 투자한 SSG 팬들조차 의문의 시선을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개막 시리즈 성적은 '대참사' 수준이었다. KIA 타이거즈와의 2연전에서 8타수 무안타 5삼진으로 철저히 침묵했다. 시범경기에서부터 타율 2할1푼4리에 그치며 우려를 자아내더니,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타율 '0.000'이라는 굴욕적인 숫자를 마주해야 했다.
KBO리그 통산 1488경기 타율 2할8푼1리(5080타수 1425안타) 276홈런 982타점 837득점 44도루 OPS .876을 기록한 '베테랑 홈런타자'라는 사실도 무색하게 만든 성적표였다.
하지만 이숭용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전 "욕심을 부려서 생각이 많아졌을 뿐"이라며 "칠 수 있는 것만 편하게 치라"고 오히려 기를 살려줬다. 감독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초반 흐름 역시 답답했다. 키움 선발 네이선 와일스를 상대로 2회와 4회 연달아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지독했던 13타석 무안타의 사슬이 끊어진 것은 6회말이었다. 팀이 1-2로 뒤진 무사 2, 3루 찬스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귀중한 동점 타점을 올렸다. 타격 메카니즘을 가다듬으며 예열을 마친 김재환의 방망이는 다음 타석에서 폭발했다.
팀이 4-2로 앞선 7회말 1사 1, 2루 찬스. 김재환은 키움의 바뀐 투수 윤석원의 2구째 바깥쪽 패스트볼을 그대로 밀어 쳤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며 순식간에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적 후 13타석 만에 터진 첫 안타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호쾌한 '3점포'로 연결되는 대역전극이 연출된 것. SSG는 김재환의 한 방으로 7-2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완벽히 굳혔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단번에 날려버린 스리런 아치였다. 거포에게 불리한 잠실구장을 떠나 타자 친화적인 랜더스필드에서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셈이다. 김재환은 이 홈런으로 논란을 감수하고 자신을 선택해 준 구단과 사령탑의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하게 됐다.
최정, 고명준, 한유섬에 김재환까지 폭발하면서 SSG는 리그 최정상급의 '공포의 핵타선'을 구축하게 됐다. 벼랑 끝에서 쏘아 올린 부활의 축포와 함께, 김재환의 진짜 야구 인생 2막이 화려하게 시작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