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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1.65' 한화가 놓친 이 선수→실질적 에이스로 '인생 역전'…올해 연봉 3천4백만원인데 '벌써 3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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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키움전. 2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배동현이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7회초 2사 손호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배동현이 환호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키움전. 2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배동현이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7회초 2사 손호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배동현이 환호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돌아온 160㎞ 에이스' 안우진을 향했다. 하지만 정작 승리의 밥상을 완벽하게 차려낸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적생' 배동현(키움 히어로즈)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반전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배동현은 지난 12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안우진의 뒤를 이어 2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안우진의 '1이닝 한정판' 등판으로 인해 사실상 선발이나 다름없는 롱릴리프 중책을 맡았지만, 무사사구 피칭으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으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키움은 지긋지긋한 3연패를 끊어냈고, 7회까지 버텨낸 배동현은 벌써 시즌 3승째를 수확하며 평균자책점을 1.65까지 끌어내렸다. 안우진은 경기 후 "내가 선발로 나가면 배동현의 선발승 인정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 관한 얘기를 나눴는데 배동현이 괜찮다고 먼저 말을 해줬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동현은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6이닝을 버텨내며 스스로 '승리투수' 자격을 얻어냈다.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키움전. 2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배동현이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키움전. 2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배동현이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지금의 영광 뒤에는 눈물겨운 인고의 세월이 있었다. 배동현의 야구 인생은 화려한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기고 시절까지 평범한 내야수였던 그는 한일장신대에 진학한 뒤 투수로 전향하는 모험을 걸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올라 최고 150㎞의 강속구를 뿌리며 즉시 전력감 우완으로 주목받았고,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전체 42순위)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독수리 군단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데뷔 첫해인 2021년 20경기에 나서 38이닝을 던지며 1승 3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이후 두터워진 한화 투수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상무 제대 후 맞이한 2024시즌, 퓨처스리그에서 29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30이라는 '비현실적'인 성적을 찍었음에도 끝내 1군의 부름은 없었다. 철저히 소외된 아픈 손가락이었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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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은 2025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였다. 한화는 결국 그를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마운드 보강이 절실했던 키움이 3라운드에서 양도금 2억 원을 지불하고 그를 품에 안았다.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선택은 2026시즌 KBO리그 초반 최고의 '신의 한 수'가 됐다.

키움 이적 후 배동현은 단순히 구속에 의존하던 과거의 투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최고 148㎞의 묵직한 패스트볼에 130㎞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정교하게 배합하는 '기교파 우완'으로 진화했다. 구속의 급등이 아닌, '자신의 공을 쓰는 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결과다. 12일 롯데전 호투 역시 사사구를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은 채 5개의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스트라이크 존 안팎을 넘나드는 치밀한 설계로 불리한 카운트를 원천 봉쇄한 것. 최대 고비였던 6회초 선두타자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맞은 뒤 무사 1루 위기에서도 노진혁을 삼진, 한동희를 병살타로 유도하는 노련함까지 선보였다.

개막 후 4월 1일 SSG전(5이닝 무실점)에서 무려 1767일 만의 선발승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두산전과 롯데전까지 내리 3연승을 질주 중이다. 이제 배동현은 대체 선발의 개념을 넘어, 키움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등판해 연패를 끊어내는 명실상부한 '스토퍼'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과거 투수층에 밀려 퓨처스를 전전하던 미완의 대기록은 끝났다. 건강하게 돌아온 안우진과 함께 배동현이 새롭게 구축해 나갈 키움의 '토종 원투펀치'에 야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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