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1군 데뷔 11년 만에 찾아온 역대급 '커리어 하이' 페이스다. 비난을 찬사로 바꾸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11경기면 충분했다. 한화 이글스 유격수 심우준(31)이 '수비형 유격수'라는 편견을 깨고 공·수·주를 겸비한 완성형 내야수로 환골탈태했다.
심우준은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비록 팀은 3대9로 완패하며 빛이 바랬지만, 하위 타선에서 심우준이 보여준 생산력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3회 첫 타석부터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연 심우준은 후속 타석에서도 도루와 득점을 기록하며 사실상 '제2의 리드오프'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하위 타선에서 찬스를 만들고 상위 타선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은 물론, 직접 해결사 노릇까지 자처하는 모습이다.
올 시즌 11경기를 치른 현재 심우준은 타율 3할2푼4리(37타수 12안타), 2홈런, 9타점, 3도루를 기록 중이다. 특히 OPS(출루율+장타율) 0.943은 SSG 박성한(1.336)에 이어 리그 유격수 중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것이 우리가 알던 심우준이 맞나 싶을 정도다. KT 위즈 시절 통산 OPS 0.639에 불과했던 그였다. 수비력은 이미 검증됐지만, 타석에서의 생산력은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개막전부터 방망이가 뜨겁다. 군 복무 합류 시점을 제외하면 개막 시점 기준 타율과 OPS 모두 프로 데뷔 후 1위다.
사실 지난 시즌 심우준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었다. 2025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50억 원이라는 대형 FA 계약을 맺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타율 2할3푼1리, OPS 0.587이라는 성적표에 '오버페이'와 '먹튀'라는 자극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시리즈에서의 결승타도 팀의 준우승 앞에선 위로가 되지 못했다.
독을 품은 심우준은 겨울 내내 자신을 채찍질했다. 여기에 심리적 안정감도 더해졌다. KT 시절 절친했던 '천재 타자' 강백호가 한화 유니폼을 입으며 든든한 조력자가 생겼다. 친구와 함께 뛰는 즐거움이 그라운드 위에서의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144경기 대장정 중 이제 막 11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지금의 페이스가 시즌 끝까지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와는 타구의 질 자체가 다르다. 과연 심우준이 이 기세를 이어가며 자신에게 붙었던 '50억'이라는 꼬리표를 '최고의 선택'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독수리 군단의 고공비행을 이끄는 심우준의 방망이에 대전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