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4점 차 세이브, 규정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요?"
현장 감독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처럼 터져 나오는 이 말에는 KBO리그의 뜨거운 타격 열기와 그로 인한 불펜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넉 점 차라는 점수가 더 이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리드'가 되면서, 사령탑들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KBO리그에서는 4점 차 리드 상황에서도 마무리 투수를 조기에 투입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이브 요건(3점 차 이하 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벤치가 '가장 믿을만한 카드'를 꺼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1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만난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의 설명은 명확했다. 이 감독은 "4점 차라고 (마무리를) 안 냈다가 주자 2명이 깔린 뒤에 나가면 투수도, 벤치도 훨씬 더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어 "갑자기 안타 몇 개가 나오고, 혹시라도 2루타 하나를 맞으면 곧바로 동점 주자까지 나가는 상황이 된다. 그러면 정말 머리가 아파진다"며 "마무리 투수가 쉬어야 하는 타이밍인 걸 알면서도 4점 차에 내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결국 실점 확률을 사전에 차단하고 승리를 확정 짓기 위해 벤치는 '세이브'라는 개인 기록보다 '팀의 승리'를 지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과거에 비해 타자들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하위 타선에서도 언제든 장타가 터질 수 있는 KBO리그의 특성이 이같은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감독들 대부분이 4점 차 상황을 '세이브 상황'에 준하는 위기로 인식하고 마무리를 기용하고 있다. 넉 점 차 리드가 주는 안도감보다, 단 한 번의 실책이나 장타로 경기가 뒤집힐 수 있다는 공포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4점 차에도 마무리를 기용하는 것이 고착화될 경우, 핵심 불펜의 피로도 누적이라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마무리 투수들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범호 감독의 고민처럼 "머리 아픈 상황"을 피하려는 선택이 시즌 전체의 마운드 운용에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 4점 차라는 '애매한 점수'가 주는 압박감 속에, KBO리그 사령탑들은 매일 밤 승리를 지키기 위한 고독하고도 치열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