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정수성 코치는 반칙일까, 아닐까.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원태인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단 21일 대구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원태인이 직접 입장을 표명해야, 어느정도 논란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는데 평소 누구보다 프로 의식이 투철하고 구설에 오르지 않았던 원태인이 이슈 한 가운데 있어 논란이 일파만파다.
사건은 이랬다. 19일 대구 LG 트윈스전. 호투하던 원태인이 4회 연속 안타를 맞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2, 3루 위기서 이영빈에게 애매한 내야 땅볼 타구를 맞은 후 4점째 실점을 했다.
너무 느린 타구라 2루수 류지혁이 홈 승부를 포기하고 1루에 던졌는데, 이 때 중계 화면에 원태인이 욕설과 함께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이 포착돼 경기 후 팬들 사이에서 '원태인이 선배 류지혁이 홈 승부를 안했다고 욕을 한 것 아닌가'라는 내분설이 퍼졌다.
그리고 사태가 어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베테랑 강민호가 내분설을 막기 위해 SNS 댓글을 통해 해명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LG 정수성 3루 베이스 코치가 거론된 것이다. 정 코치가 모션이 커 원태인이 투구에 집중할 수 없었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는 것. 그렇게 되면 원태인의 욕설은 대선배 정 코치에게 향한 것으로 결론이 맺어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원태인이 초반 선두권 싸움 분수령이 될, 또 팀의 연승이 달린 너무 중요한 경기에서 실점을 해 화가 나는 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상대팀 코치를 향한 분노를 공개적으로 터뜨린 것은 원태인 답지 않은 모습. 설령 정 코치가 누상 주자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기 위해 동작이 아무리 크고, 큰 소리를 냈다 가정하더라도 그것 역시 경의 일부이기에 납득이 되지 않는 장면.
그렇다면 배터리 코치 박스를 이탈해 동작을 취하거나, 소리를 내면 이는 규칙 위반일까 아닐까. 베이스 코치 박스는 1루와 3루 베이스 바로 옆에 선으로 그려져있다. 그런데 그 안에 무조건 갖혀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일례로 베이스 코치들은 주자가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들 때 주자가 신호를 잘 보게 하기 위해 홈 가까이로 위치를 옮겨 팔을 돌리든, 막는 제스처를 취하든 한다.
야구 규칙 5조3항을 보면 베이스 코치에 대한 모든 게 명시돼있다. 규칙을 살펴보면 '코치가 코치석을 벗어나 선수에게 슬라이딩, 귀루, 진루 등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일반적인 관례이다. 이러한 행위는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적혀있다. 다시 말해 정 코치가 박스 우측으로 자리를 옮겨 원태인 시야에 더 들어올 수 있는 위치에서 작전 지시를 내린 건 규칙 위반이 아니다.
애매한 건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한이라는 점이다. 원태인이 방해로 느꼈다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권리가 있다. 규칙에는 코치 박스를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상대팀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코치석 밖으로 벗어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돼있다. 다만 상대팀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면 심판원은 규칙을 엄격히 적용해 코치들에게 박스를 벗어나지 말 것을 명할 수 있다.
하지만 항의를 한다고, 무조건적으로 코치들이 박스 안에 갇혀야 한다는 게 아니다. 코치가 정당한 작전 지시를 위해 나와있고, 투수를 방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면 심판도 이에 대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정 코치가 원태인 시야에 일부러 들어가 공을 던질 때 소리를 지르거나, 야유성 코멘트를 했다면 이는 항의가 가능하지만 '나는 우리 주자들만 쳐다보고, 거기에 메시지 전달을 했다'고 한다면 이를 투수 방해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그 상황에서 LG 주자가 2, 3루에 있었다. 3루에 주자와 상대 야수가 있으면 코치 박스에서는 2루 주자가 가려진다. 그래서 코치들이 주자가 2, 3루에 있을 때는 박스 오른쪽으로 벗어나 2루 주자에게 사인을 내는 것이다. 3루 주자와는 구두로 얘기를 마치고, 2루 주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는 삼성 이종욱 코치도 똑같았다. 이번 3연전 중 2차전 2, 3루 찬스에서 정 코치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또 이 코치도 그라운드에서 매우 적극적인 3루 베이스 코치로 꼽히는데, 이미 지난해 SSG 랜더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상대 투수 김광현이 이 코치의 위치에 대해 어필을 한 적이 있다. 김광현은 좌완이라 3루 등을 지고 있지만,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상황 체크를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주자와 이 코치가 겹쳐 헷갈린다는 것이었다. 삼성이 정 코치를 지적하면 '내로남불'이 될 수 있는 문제다.
결론을 내리면 원태인이 만약 정 코치의 동작이나 소리가 신경 쓰였다면, 감독이나 코치를 통해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았다. 다만, 이번 원태인 논란으로 이 팀 저 팀에서 베이스 코치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면 경기 진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상대를 지적하면, 자신들의 베이스 코치도 활동 반경이 제한되는 문제가 생긴다. 원태인은 20일 당사자 정 코치에게 전화를 해 직접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