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칭찬해주세요." "다음에는 하지 마."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22일 부산사직구장.
경기 전 두산 김원형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데, 유격수 박찬호가 훈련을 마치고 그 옆을 지나갔다. 발을 떼지 않고, 김 감독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뭔가 갈구하는 듯한 표정.
그러다 김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박찬호는 "감독님 칭찬좀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래 잘했다. 어제 네가 우리 팀과 타무라 살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찬호는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처음부터 무슨 의도였는지 알았던 김 감독은 웃으며 "앞으로 절대 그렇게 하지마"라고 했다. 그러자 박찬호도 지지 않고 "감독님, 야구는 결과론 아닙니까"라고 받아쳤다. 무슨 얘기였을까.
박찬호는 21일 열린 롯데전에서 정말 팀을 살렸다. 경기 내내 화려한 수비로 상대 안타성 타구를 막아냈다. 김 감독 말대로 6회 위기 상황서 구원등판한 타무라가 흔들릴 때 전민재의 안타성 타구를 박찬호가 걷어내지 못했다면 경기는 롯데쪽으로 흘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김 감독이 지적한 건 다른 포인트다. 여기도 중요했다. 0-0이던 2회말. 무사 1, 3루 위기. 선발 벤자민이 흔들렸다. 여기서 손성빈의 타구가 유격수 박찬호쪽으로 흘렀다. 전진 수비가 아니었다. 경기 초반이었다. 사실은 3루 주자 득점을 주고, 병살로 처리하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박찬호는 갑자기 홈으로 공을 던졌다. 그 순간 김 감독은 '아차'싶었다고. 만약 홈에서 주자가 살면 선취점을 주는 동시에 무사 1, 2루 위기가 이어질 수 있었다. 초반 경기 흐름을 상대에 넘겨줄 수 있었다.
3루주자 노진혁이 열심히 달려 홈에 몸을 던졌다. 세이프 판정. 타이밍상 세이프였다. 하지만 박찬호가 펄쩍 뛰며 비디오 판독 시그널을 했다. 김 감독은 "박찬호는 그렇다 치고, 양의지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더라. 그래도 혹시 몰라 신청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다. 타이밍은 세이프였지만, 노진혁의 손 끝이 베이스를 터치해야 하는 순간 살짝 뜬 것. 그리고 그 사이 양의지의 미트가 노진혁의 몸통을 스쳤다. 비디오 판독 결과 판정 번복. 그 힘으로 두산과 벤자민은 무실점 이닝을 만들고, 3회 선취점을 내며 경기를 끌고 나갈 수 있었다.
박찬호는 자신의 그 판단과 플레이가 마음에 들었던 듯. 하지만 김 감독은 끝까지 "다음에는 절대 하지 마"라고 말하며 박찬호에게 '기본'을 강조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무조건 살았어야 했다. 노진혁이 리드 폭을 더 넓혔어야 했다. 마지막 손가락이 살짝 들린 것 같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