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불과 일주일 전 복귀전까지만 해도 가득했던 벤치의 우려를 단 한 경기 만에 시원한 느낌표로 바꿔놨다. 키움 히어로즈의 단기 대체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31)가 한국 땅을 밟은 지 일주일 만에 자신의 진짜 가치를 증명해 냈다.
로젠버그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3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만 내주는 짠물 투구로 6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당초 키움 벤치가 설정했던 투구 수(7~80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71개의 공을 던진 로젠버그는 5회말 마운드를 박진형에게 넘기며 자신의 임무를 100% 완수하고 내려왔다.
이날 로젠버그의 피칭은 그야말로 '베테랑의 관록'이 무엇인지 보여준 한 판이었다. 구위가 타자들을 압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교한 볼 배합과 위기 상황에서의 대담함이 돋보였다.
로젠버그는 최고 구속 144㎞의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자신이 가진 변화구 레퍼토리를 자유자재로 섞어 던지며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4회까지 단 한 차례도 삼자범퇴 이닝이 없을 정도로 매회 주자를 내보내며 실점 위기를 자초하긴 했다. 하지만 주자가 루상에 나갈 때마다 로젠버그의 집중력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특유의 구석을 찌르는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LG의 강타선을 연이어 삼진과 범타로 돌려세우며 단 1개의 루상 주자도 홈을 밟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실 지난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의 복귀 첫 등판은 아쉬움투성이였다. 비자 발급 지연으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던 로젠버그는 시차 적응 실패와 무거운 몸 상태 탓에 2⅓이닝 1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경기 전 키움 설종진 감독 역시 "첫 등판 때는 시차 적응도 힘들었고 몸이 무거웠다"라며 "오늘은 1회가 중요하고, 스피드가 얼마나 회복됐느냐에 따라 좋은 피칭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었다.
로젠버그는 실력으로 감독의 우려를 지워냈다. 비록 최고 구속은 여전히 144㎞대에 머물렀지만, 일주일 동안 한국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몸의 유연성과 릴리스 포인트의 안정감을 되찾았다. 덕분에 NC전에서 단 3개에 그쳤던 탈삼진이 이날은 4이닝 동안 무려 6개나 쏟아져 나왔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