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다음에 끝내기 치면 물 마음껏 뿌려라!"
서건창의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키움 히어로즈 서건창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원맨쇼'로 팀을 살렸다.
서건창은 팀이 1-2로 밀리던 6회 완벽한 피칭을 하던 상대 선발 에르난데스로부터 추격의 솔로포를 때려냈다. 자신의 시즌 첫 홈런이자 키움으로 복귀한 후 첫 아치. 427일만의 홈런, 1811일만의 키움 소속 홈런이 터졌다.
그리고 1-3으로 패색이 짙던 9회말 2사 1, 2루 찬스. 서건창은 흔들리던 한화 마무리 이민우를 상대로 기적의 우중간 2타점 역전 결승 끝내기 3루타를 때려냈다. 2루에 멈췄어도 됐는데, 3루까지 뛴 이유는 추후 소개. 서건창은 "홈런보다 끝내기가 훨씬 더 좋다. 파울이 될까봐 조마조마 하기는 했었는데, 홈런은 그저 안타 1개일 뿐이다. 홈런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키움에 와 오랜만에 홈런도 치고, 극적 끝내기 안타도 쳤는데 서건창은 경기 후 '뽀송뽀송함'을 자랑했다. 후배들이 끝내기 순간 물병을 들고 나가서도 제대로 뿌리지 못했고, 서건창은 도망다녔다. 또 경기 후 MVP로 방송 인터뷰를 하면 후배들이 물 세례를 하는 게 최근 트렌드인데, 그런 모습도 전혀 없었다.
서건창은 "물 안 맞고 싶어서 도망다녔다. 방송 인터뷰 때도 내가 무서워서 못하는 것 같았다. 감기에 걸리면 안 되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서건창은 "후배들을 못 살게 구는 선배는 아니다. 어떻게 하면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될 지 항상 고민한다. 기강도 잡았다가, 다독여준다. 안그러면 다 도망간다. 정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너무 낭만이 없다. 서건창은 "다음 끝내기 때는 후배들이 물 뿌려도 된다고 기사를 써도 되겠는가"라는 질문에 "다음에는 절대 도망 안 가고 딱 맞겠다"고 선언했다.
대반전 드라마다. 지난 시즌 후 KIA 타이거즈와의 1+1년 계약도 못 채우고 방출됐다. 그런 서건창을 전성기를 보낸 친정 키움이 품었다. 처음에는 주전을 떠나 1군에 있기도 힘겨워보였지만, 서건창은 실력으로 점점 기회를 잡아냈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2년 최대 6억원의 비FA 다년계약도 맺었다. 계약의 힘인가. 5월 2할3푼8리에 그쳤던 타율이 6월 4할2푼5리로 대폭발했다. 서건창은 "계약 후부터 잘 한 건가 확실히 봐야할 것 같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선수라면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분명 마음이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왜 3루까지 미친듯 뛰었을까. 서건창은 처음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어도, 무조건 한 베이스 더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정석(?)의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이내 진실을 공개했다. 서건창은 "분명 주자가 다 들어오면 끝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공을 치고 뛰는 순간에는 동점인지 끝내기인지 헤갈렸다. 동점인줄 알았다. 그래서 뛰었다. 그렇게 3루에 도착했는데 선수들이 뛰어나오더라"며 웃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