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비난 여론이 고개를 들 때면 어김없이 '한방'이 터진다.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30)가 위기의 순간에서 팀을 구하는 역전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라이온즈파크를 뒤집어 놓았다.
디아즈는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데뷔 첫 그랜드슬램과 함께 5타수 4안타 5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이틀 연속 역전승을 견인했다. 5연속 루징시리즈를 막아서며 6월 첫 위닝시리즈를 안긴 '디아즈의 날'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디아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타율은 2할9푼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올시즌 홈런 페이스가 뚝 떨어지며 장타 가뭄에 시달렸기 때문.
지난해 이맘 때 이미 20홈런을 훌쩍 넘겼던 페이스와 비교하면 올해(13일까지 63경기 11홈런)의 파괴력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15일 현재 64경기 0.295의 타율에 12홈런, 53타점. 삼성 박진만 감독은 "찬스에 꾸준히 쳐주면서 20홈런-100타점 정도만 해줘도 된다"고 말한다. 이 목표는 충분히 가능한 페이스다. 디아즈는 득점권 타율도 0.307로 약하지 않은 편.
하지만 '20홈런-100타점'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번씩 결정적 홈런을 날리지만, 경기 기복이 심하다. 침묵기에는 한동안 힘을 못쓴다.
이번에도 눈총이 따가워질 무렵, 디아즈는 결정적 홈런포로 존재감을 알렸다.
경기 초반부터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며 안타를 적립하던 디아즈는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6-7로 추격한 6회말 1사 만루에서 노경은의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걷어 올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디아즈는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를 한 뒤 그라운드를 돌기 시작했다. 휴일을 맞아 좌석을 가득 메운 대구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한방. 홀로 5타점을 쓸어 담은 디아즈의 맹활약 덕분에 삼성은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할 수 있었다.
2024년 대체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 지난해 무려 50홈런 158타점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남긴 디아즈는 올시즌은 홈런 페이스가 살짝 더딘 편.
지난해도 늦게 출발했지만 한번 터지자 특유의 몰아치기로 시즌 끝까지 무시무시한 페이스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끝내기 홈런을 치는 등 극적인 홈런이 한번씩 나오고 있지만, 홈런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지 못하며'반짝 활약'에 그치고 있다. 이날 홈런은 지난 3일 NC전에 멀티홈런, 4일 NC전 이틀 연속 홈런 후 9일 만에 터졌다.
8경기 동안 장타는 2루타 한방이 전부였다.
이날 처럼 장타를 몰아치는 날과 침묵하는 날의 편차가 심하다 보니 팬들과 코칭스태프의 속을 태우기도 한다.
삼성이 올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디아즈의 '꾸준한 홈런 페이스'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몰아치기 능력이 살아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선의 중심에서 기복 없이 꾸준하게 장타를 생산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상대투수들이 피해가고 앞뒤로 타선 파괴력이 극대화 될 수 있다.
비난의 여론이 일 때마다 극적인 한방으로 생명력을 연장하는 ' 부활포'도 좋지만, 이제는 경기별 기복을 줄이며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야 할 때다. 오늘의 짜릿한 만루 홈런이 디아즈의 완벽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