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지만 야구공 하나에 담긴 미안함은 따뜻했다. LG 선발 임찬규가 몸에 맞는 볼 직후 통증을 호소하던 롯데 손호영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 양 팀 선발 임찬규와 비슬리의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왔다.
0-0으로 맞선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손호영은 임찬규의 2구째 140km 직구에 손을 맞았다. 몸쪽 깊숙하게 파고든 공에 손호영은 급히 배트를 멈췄지만 피하지 못했다. 보호대가 없는 손날 부위를 강타한 직구. 손호영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으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트레이너가 급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임찬규는 마운드 위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고의성은 전혀 없었지만 자신이 던진 공에 상대 타자가 쓰러진 모습에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가 결정됐다. 손호영이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임찬규는 마운드에서 직접 내려와 모자를 벗은 채 후배에게 다가갔다. 한때 LG에서 함께 뛰었던 후배를 향해 진심 어린 미안함을 전하는 모습이었다.
손호영 역시 선배의 마음을 알았다.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중 뒤돌아보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두 선수는 짧지만 따뜻한 교감을 나눴다.
승패를 떠나 상대를 먼저 걱정한 선배의 진심과 이를 받아준 후배의 배려가 어우러진 순간.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도 야구가 가진 스포츠맨십의 가치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