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놀라운 수비였다.
치명적인 펜스 부상으로 오랜 공백기간을 가져야 했던 선수의 플레이라고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경기 침묵을 깨고 멀티히트와 엄청난 허슬 플레이로 팀과 동료 로건 웹을 지켰다.
이정후는 1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7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팀의 5대1 승리를 견인했다. 2경기 연속 무안타로 살짝 떨어졌던 시즌 타율은 0.328에서 0.331까지 끌어올렸다. 메이저리그 타율 전체 1위 오토 로페즈(마이애미 말린스·0.343)를 추격할 동력을 마련했다.
이정후의 진가는 타석뿐만 아니라 외야 수비에서도 빛났다.
6회초 2사 2루에서 이안 햅의 빗맞은 타구를 빠른 판단으로 지웠냈다.
팀이 5-1로 앞선 8회초 2사 2루에서의 나온 이정후의 슈퍼캐치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컵스 마이클 부시의 날카로운 타구가 우측 펜스 쪽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타구를 허용한 로건 웹이 "맞는 순간 홈런이 되는 줄 알았다. 망했다고 생각했다"던 장타성 타구.
이정후는 포기하지 않았다. 타구를 끝까지 추격해 펜스 앞에서 글러브를 쭉 뻗어 공을 넣은 뒤 빙글 돌아 펜스에 몸을 부딪히며 슈퍼캐치를 완성했다. 펜스 충돌 와중에도 공이 글러브에서 빠질 것을 우려해 글러브를 한번 더 단단히 오므리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펜스에 부딪혀 어깨를 크게 다쳤던 부상 이력이 있었던 이정후였기에 더욱 놀라운 투혼의 호수비였다.
이 엄청난 호수비로 실점 위기를 넘기고 8이닝 7안타 1실점(비자책) 도미넌트 스타트를 완성한 샌프란시스코 선발 로건 웹은 마운드 위에서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현지 중계진 역시 "완벽한 수비로 경기를 지배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외야 펜스'라는 심리적 장벽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장면. 에이스의 호투를 지켜내기 위해 몸을 던진 이정후의 허슬 플레이에 동료들은 물론 현지 언론의 극찬이 쏟아졌다.
경기 후 샌프란시스코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사실 어깨 부상을 당한 이후로는 펜스 가까이 가면 나도 모르게 몸이 굳는 느낌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두려움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직 공에만 집중했고, 어떻게든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쫓아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순간을 담담하게 전했다. 이어 "(로건) 웹이 그 타자까지 잡아내고 이닝을 끝내야 하는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뒤에서 지키는 야수로서 투수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며 '팀 퍼스트' 정신을 드러냈다.
이정후의 슈퍼캐치에 환호한 웹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이름을 연호하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NBC 스포츠 베이area'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현지 매체들은 두 선수의 특별한 유대 관계에 주목했다.
현지 취재진은 "이정후가 2024년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도 "정후, 8월에 와?" "플옵가면 와야한다"고 장난을 치며 멘탈을 케어해 준 선수가 바로 로건 웹이었다"며 "에이스를 구하기 위해 공포를 잊고 질주한 외야수와, 그 수비에 온몸으로 환호한 에이스의 모습은 자이언츠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했던 완벽한 케미스트리"라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수비가 단순한 '아웃카운트 하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입을 모았다.
2024년 데뷔 시즌 당시 이정후에게 관절와순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과 수술로 인한 시즌 아웃의 아픔을 안겼던 장소가 바로 오라클 파크의 외야 담장이었기 때문. 현지 매체들은 "2년 전 이정후의 질주를 멈추게 했던 바로 그 잔인한 각도의 타구였기에 팬들도 순간 숨을 죽였다"며, "이정후는 오늘 수비로 자신을 괴롭히던 '악몽의 담장'을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심리적 장벽(Mental Block)을 깨부순 그의 커리어에 기념비적인 수비"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부상의 트라우마마저 팀을 위한 투지로 이겨낸 이정후. 가장 공포스러웠을 장면을 투혼과 동료애로 극복해낸 이정후의 질주에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진심 어린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