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뜨거운 홈런왕 경쟁 속 상대를 향한 배려와 존중이 더 빛나는 경기였다.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터뜨린 오스틴은 6회 홈런포를 터뜨리며 다시 따라붙은 김도영에게는 박수를 보내며 품격 있는 경쟁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1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경기 전까지 홈런 19개로 나란히 공동 1위에 올라 있던 LG 오스틴과 KIA 김도영. 리그를 대표하는 두 거포의 맞대결은 경기 시작부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먼저 앞서 나간 건 오스틴이었다.
1회 2사. KIA 선발 시라카와를 상대한 오스틴은 1볼 2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시라카와의 잘 떨어진 커브를 걷어 올린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25m 솔로포.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타구였다. 3루수 김도영 역시 타구를 바라보며 홈런을 예감할 정도였다.
시즌 20호 홈런을 터뜨린 오스틴은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더그아웃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고, 염경엽 감독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홈런 타자를 반겼다.
최근 오스틴의 타격감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5경기에서 안타 24개, 홈런 8개, 장타 11개, 24타점, 16득점 기록하며 주요 공격 지표 대부분에서 선두를 달렸다. 장타율 .849, OPS 1.350이라는 압도적인 수치가 그의 상승세를 보여줬다.
홈런뿐 아니라 플레이 하나하나에서도 집중력이 돋보였다.
3회 볼넷으로 출루한 오스틴은 문보경의 짧은 안타 때 전력 질주해 3루까지 내달렸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주저하지 않았다. 홈런을 친 타자가 몸을 던져 한 베이스를 더 만들어내는 장면은 팀을 위한 헌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오스틴 맹활약 속 경기는 LG가 리드했다.
하지만 6회 끌려가던 KIA도 반격에 나섰다. 앞선 타석 안타가 없던 김도영이 드디어 결과를 만들어냈다.
5-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김도영은 LG 선발 웰스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렸다. 앞선 두 타석에서는 범타로 물러났지만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웰스의 145km 직구를 잡아당겨 순식간에 담장을 넘겼다. 시즌 20호 홈런.
오스틴과 다시 공동 선두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이때 눈길을 끈 건 오스틴의 반응이었다.
1루 수비를 보던 오스틴은 김도영이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모습을 바라보며 박수를 보냈다. 자신의 경쟁자가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음에도 오스틴은 아낌없는 박수로 상대의 활약을 인정했다.
1회에는 오스틴이 먼저 홈런을 치며 앞서 나갔고, 6회에는 김도영이 곧바로 응수했다. 그리고 오스틴은 경쟁자의 홈런에 박수로 화답했다.
치열하게 경쟁하되 상대의 결과에도 박수를 보내며 인정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광주에서 펼쳐진 홈런왕 레이스는 단순히 홈런 숫자를 넘어 서로를 존중하는 두 선수의 품격까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