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멀티홈런 언제 쳐봤는지 기억도 안난다. 홈런 쳐서 좋고, 팀이 승리해서 좋다."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나성범의 힘은 158㎞ 직구도 거뜬히 이겨냈다. 146㎞ 직구를 초구에 후려갈기는 대범함도 돋보였다.
나성범은 17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3회말 솔로포, 8회말 투런포를 잇따라 쏘아올리며 팀의 5대4 진땀승을 이끌었다.
나성범 개인에겐 2025년 3월 25일 광주 키움전 이후 449일만의 멀티 홈런 경기였다. 나성범은 "앞서 (김)도영이가 적시타를 쳐서 역전한 상황이라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쳤다. 사실 김도영 적시타보다 그 앞에 김호령 2루타에 더 놀랐다. 요즘 (김)호령이가 정말 잘 친다"며 웃었다.
8회말 LG 투수는 새 외국인 투수 약셀 리오스. 160㎞를 넘나드는 직구와 투심, 140㎞대 후반의 슬라이더를 던지는 무시무시한 광속구 투수다.
하지만 김호령은 159㎞ 직구를 제대로 때려 좌중간 2루타를 만들었고, 김도영은 143㎞ 슬라이더를 받아쳐 적시타를 쳤다. 이어 나성범은 158㎞ 직구를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나성범은 "워낙 빠른 직구를 던지는 투수라는 건 알고 있었다. 변화구도 엄청 빠르더라. 헛스윙하더라도 최대한 빠른 타이밍으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사실 경기전 징조가 있었다. 나성범은 이날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기전 잠시 지체했다.
"내가 쓰는 배팅장갑이 있는데, 손바닥이 살짝 찢어지려는 모습이었다. 바꿀까말까 고민하다가 도영이 타석 초구 볼 때 느낌이 이상했다. 오늘 첫 타석에도 장갑이 찢어져서 새 걸 끼자마자 홈런을 쳤다. 이것도 바꿔야겠다 싶어 한쪽 장갑만 잽싸게 바꿨다. 그리고 도영이가 적시타를 치는 바람에 배트 집어던지고 주루 제스처하느라 가드도 못 찼다. 심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준비를 마저 마친 뒤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또 홈런을 쳤다. 9회초 LG의 2점 추격, 이날 양팀의 선발 무게감, 필승조를 총출동시킨 KIA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한층 더 소중한 한방이었다. 나성범은 "장갑 자체가 살짝 얇은 느낌인데, 감이 되게 좋다. 장갑을 바꿔서 홈런을 쳤으니 만족한다"면서 웃었다.
장현식은 최근까지 불펜이었고, 오른손 투수와 왼손 타자의 관계상 만날 일이 많지 않았다. 나성범은 "한번쯤 본 거 같은데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난다"면서 "오늘 가운데 좋은 볼을 줘서 고맙다"는 말로 좌중을 웃겼다.
"사실 타율보다도 내가 해야할 일은 중요할 때 한방이다. 지금 외국인 선수도 없고, 우리 선수들끼리 해야되는 상황이다. 감독님께서 믿고 4번타자로 쓰시는 만큼, 중심타자로서 중요할 때 한방씩 날릴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
나성범은 "지금은 부상없이 시합을 뛰는데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지만, 이제 시즌 중반 넘어가려는 상황인데 최대한 몸조심하며 부상없이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