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오라클파크의 벽돌로 된 까다로운 우익수 구역에서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 문자로 조언을 구하곤 했다."
이래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KBO리그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으로 도약한 게 아닐까.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초반 적응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왔던 옛 동료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비시즌에 있었던 두 선수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야스트렘스키는 1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샌프란시스코와 경기를 앞두고 이정후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713억원) 대형 계약을 하고 맞이한 첫 시즌이었던 2024년. 야스트렘스키는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외야수였다. 이정후가 주전 중견수로 낙점됐고, 야스트렘스키는 우익수를 맡았다. 2019년 빅리그에 데뷔한 야스트렘스키는 당시 6년차였다. 이정후보다 나이 8살이 많았지만, 지난해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이정후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료였다.
야스트렘스키가 2024년 스프링캠프에서 이정후와 처음 호흡을 맞출 때 가장 먼저 배운 것은 한국어였다.
야스트렘스키는 당시 미국 현지 취재진에 "이정후는 환상적이다. 정말 팬이 됐다. 나는 매일 한국어 한 단어씩은 배우고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이정후에게 '침착해(relax)' 또는 '편하게(easy)!'와 같은 기본적인 단어를 어떻게 말하는지 물어봤다. 이정후가 담장으로 돌진할 때나 뭐 그런 상황에 쓰기 위해서 물었더니 이정후가 내게 'Shwibta(쉽다)'라고 알려줬다. 쉽다가 'easy! easy!'를 뜻한다고 하더라. 이정후가 펜스로 달려들고 있고 펜스에서 떨어져 플레이를 해야 할 때 'easy! easy!'를 말하면 잠깐의 여유를 줄 수 있다. 이게 오늘 여러분에게 해주는 한국어 수업"이라고 유쾌하게 인터뷰해 눈길을 끌었다.
이정후가 지난해 수비 부진으로 사실상 중견수 불가 판정을 받고, 올해 우익수로 전향할 때 가장 먼저 찾은 지원군이 바로 야스트렘스키였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파크는 우익수 구역이 특히 수비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야스트렘스키는 2024년 우익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빼어난 수비를 펼쳤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야스트렘스키가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샌프란시스코 선수 중 한 명은 바로 이정후다. 두 선수는 야스트렘스키가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2시즌을 함께 뛰며 절친한 친구가 됐다. 한국 출신인 이정후가 미국에서 새로운 삶과 야구에 적응하는 동안 두 선수는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다'고 했다.
매체는 이어 '이정후는 올해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자리를 옮겼는데, 오라클파크의 까다로운 우익수 구역을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 옛 동료에게 주저하지 않고 문자를 보내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그 문자들은 대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긴 대화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야스트렘스키는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오라클파크 우익수로 수비할 때 그 도전적인 느낌이 정말 그립다. 그곳에서 우익수로 뛰면서 큰 자부심을 느꼈고, 구장 구석구석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깃발들인데도 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펄럭이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도 정말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이정후는 미국 절친 야스트렘스키의 도움을 받고 빅리그 3년차인 올해 펄펄 날고 있다. 64경기에서 타율 3할3푼1리(245타수 81안타), 3홈런, 24타점, OPS 0.809를 기록하고 있다. 타율 부문 메이저리그 2위를 달리며 한국인 역대 최초 타격왕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수비는 매우 탄탄해졌다. 적어도 부족한 수비력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이제 아예 사라졌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배우려 했던 그 자세가 올해 이정후의 성공을 만든 듯하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