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아마 KBO리그 역사상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2번 타자가 아니었을까요?(웃음) 타순이 너무 자주 돌아와서 바쁘긴 한데, 재밌네요."
지칠 줄 모르는 베테랑 최형우(43)의 방망이가 대구의 초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17년 만의 파격적인 '2번' 배치된 그는 리그 최고 에이스 안우진 강속구까지 무력화 하며 팀의 5연승을 견인했다.
최형우는 1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파격 선발 출전했다.
최형우가 2번 타순에 들어선 것은 2009년 이후 무려 17년 만. 경기 전 훈련하다가 이 소식을 들었다는 최형우는 "놀라서 몇 번을 다시 물어봤다"며 미소를 지었다.
타순은 낯설었지만 클래스는 여전했다.
최형우는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무사 만루에서 키움 투수 박진형의 146km 속구를 결대로 밀어 중견수 방면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이자, 팀의 5연승을 완성하는 극적인 한 방.
이날 최형우는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을 쓸어 담았다. 그 3안타가 모두 강속구를 자연스럽게 밀어쳐 만들어낸 '2루타만 3개'였다.
특히 키움의 파이어러블러들을 상대로 보여준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타격 기술은 감탄을 자아냈다.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안우진의 152km 강속구를 잇달아 통타해 2루타 2방을 뽑아냈고, 좌완 파이어볼러 박정훈의 146km 속구 역시 결대로 밀어쳐 동점 적시 2루타를 만들어냈다. 152km의 불같은 강속구도 마흔세 살 베테랑의 관록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최근 6월 들어 다소 주춤했던 타격감에 대해 그는 담담했다.
최형우는 중계인터뷰에서 "시즌 초반에 내 나이에 비해 너무 말도 안 되게 치고 나가서 이게 내 진짜 기록이 될 거라 생각 안 했다"며 "언젠가 떨어지겠지, 그러다 다시 반등하겠지 생각하며 루틴을 똑같이 유지했는데 오늘 반등이 나왔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경기 중 파울 타구에 뒷다리를 맞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괜찮다. 내가 가진 게 몸밖에 더 있나"라며 쾌활하게 웃어넘겼다.
불혹을 넘긴 나이 탓에 조금만 부진해도 따라붙는 '에이징 커브'나 '나이 탓'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도 베테랑다운 품격을 보여줬다. 최형우는 "젊을 때 좋은 거 다 해봤기 때문에 늙어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선수로서 숙명이다. 나는 나이 먹은 지 오래돼서 괜찮다"고 나이를 웃음으로 승화했다.
이제 최형우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팀의 5연승에 대해 "시즌 초반 연승 때는 계속 이길 것 같았는데, 지금은 꾸역꾸역 이기는 느낌"이라면서도 "오히려 완전체가 갖춰지는 순간 더 무섭게 치고 나갈 수 있다. 건방진 게 아니라 우리는 3개 팀 간 게임 차를 유지하며 위에만 보고 있지, 밑은 전혀 안 보고 있다. 상위권 조준은 당연한 것"이라며 우승을 향한 여정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가오는 한화 3연전과 선두권인 LG, KT와의 연전을 앞둔 최형우는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주말 경기도 잘할 것 같다. 내가 오기 전부터 LG에 강했다니까 동생들을 믿고 하겠다"며 "6월 초반에 안 좋았을 때도 믿고 응원해 주신 팬분들 덕분에 반등했다. 앞으로도 2번이든 어디든 시키는 대로 바쁘게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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