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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용타' 카드 다시 꺼내든 키움→'홈런王' 데이비슨 영입 도박…이번엔 다르다? [SC포커스]

키움 히어로즈에서 함께 뛰게 된 케스턴 히우라(왼쪽)와 맷 데이비슨. 스포츠조선DB
키움 히어로즈에서 함께 뛰게 된 케스턴 히우라(왼쪽)와 맷 데이비슨.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끝 모를 추락 거듭하고 있는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가 전반기 막판 리그 판도를 흔들 메가톤급 승부수를 던졌다.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던 외국인 투수를 과감히 내치고, KBO리그를 지배했던 '거포 홈런왕'을 영입하며 다시 한번 '외국인 타자 2명'이라는 파격적인 모험을 선언했다.

키움은 29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외국인 투수 네이선 와일스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전격 요청했다. 동시에 전날 NC 다이노스에서 방출된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에 대한 계약 양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키움은 기존 외야수 케스턴 히우라에 이어 데이비슨까지 장착하며 '히우라-데이비슨'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외인 타자 쌍포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데이비슨은 다음 달 4일부터 선수단에 합류할 전망이다.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NC의 경기. NC 데이비슨이 타격을 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10/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NC의 경기. NC 데이비슨이 타격을 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10/

키움이 마운드의 축을 포기하면서까지 타자를 영입한 배경에는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팀 타선의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29일 현재 키움의 팀 타율은 2할3푼1리로 리그 압도적 최하위다. 9위 롯데(2할5푼7리)와도 격차가 상당하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79경기를 치르고도 도합 265득점에 그치며,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득점이 4점 미만이이자 300득점을 넘기지 못한 유일한 팀으로 남아있다.

겨울에 영입한 베테랑 안치홍, 서건창에게 의존해 왔으나 한계가 명확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1루수 최주환마저 올 시즌 73경기 타율 2할3푼5리, 3홈런, OPS 0.645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1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키움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키움 와일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4.17/
1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키움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키움 와일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4.17/

이 지독한 변비 타선을 뚫어내기 위해 키움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데이비슨을 미련 없이 낚아챘다. 데이비슨은 2024시즌 46홈런으로 KBO 홈런왕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36홈런을 쏘아 올린 검증된 거포다. 비록 올 시즌 NC에서 8홈런으로 주춤하며 방출됐으나, 3시즌 통산 90홈런, 타율 2할9푼8리, OPS 0.955를 기록한 괴물이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4할1푼9리에 달할 정도로 타격감이 최고조인 만큼, 합류 즉시 최주환을 대신해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차고 히우라와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91만 달러(약 14억원)의 거금을 쥐여주며 영입했던 투수 와일스는 어깨 부상으로 단 5경기(4패) 등판에 그친 채 씁쓸하게 짐을 쌌다. 지난 28일 NC전에서 72일 만에 복귀했으나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키움의 미련을 완벽하게 잘라내 줬다.

사실 키움 팬들에게 '외인 타자 2명 체제'는 트라우마에 가깝다. 키움은 지난해에도 외인 투수를 케니 로젠버그 1명만 두고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 등 외인 타자 2명으로 출발하는 KBO 최초의 모험을 감행했으나 대실패로 끝난 기억이 있다. 당시 푸이그는 40경기 타율 2할1푼2리로 퇴출당했고, 부랴부랴 6월에 라울 알칸타라를 데려왔을 때는 이미 선두와 21.5경기 차로 벌어진 압도적 꼴찌였다.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한화의 경기. 키움 로젠버그가 와일스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14/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한화의 경기. 키움 로젠버그가 와일스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14/

현재 키움의 상황은 지난해 실패 당시와 판박이다. 29일 현재 27승 1무 51패로 1위 LG와 21.5경기 차, 5위권과 12경기 차로 벌어져 있고 최근 10연패를 당하는 등 1승 11패로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럼에도 키움이 똑같은 도박을 감행하는 결정적 이유는 '마운드의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알칸타라, 하영민, 안우진, 배동현, 박준현 등 선발로테이션은 경쟁력을 갖췄지만 지독한 빈타가 승리의 장애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발진은 로젠버그를 제외하면 풀타임 경험이 부족한 하영민, 신인 김윤하와 정현우로 꾸려져 조기에 붕괴됐다. 하지만 올해는 군 복무와 수술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진짜 에이스' 안우진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안우진이 알칸타라와 확실한 토종 원투펀치를 구성해 준다면 외인 투수 1명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고졸 신인 박준현이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98로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쳐주고 있고, 2차 드래프트로 수확한 배동현과 기량이 만개한 하영민이 선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안우진, 라울 알칸타라, 배준현, 케니 로젠버그, 배동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키움히어로즈
안우진, 라울 알칸타라, 배준현, 케니 로젠버그, 배동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키움히어로즈

사실 외인 타자 2명 체제는 마운드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도박이다. 키움은 이미 전반기 내내 정현우와 김윤하 등 대체 선발진의 부상 악재 속에서 하영민의 보직 이동을 번복하고 박정훈을 오가게 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불안한 대처 능력을 노출한 바 있다. 현재 선발 5인 로테이션 조각이 맞아떨어진다고 하나, 향후 단 한 명이라도 부상 변수가 발생할 경우 도미노처럼 마운드가 붕괴될 위험성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키움이 130만 달러(약 20억원) 몸값의 데이비슨 잔여 연봉을 모두 부담해가며 이 모험을 재선택한 것은 타선의 부진이 위험수위라는 진단 때문이다. 실패했던 전략을 1년 만에 다시 꺼내 든 구단의 선택이 무모한 고집이 아닌, 내일을 향한 영리한 대반격의 서막이었음을 이제는 벤치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성적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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