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허공으로 날아간 15억원, 벤자민 고른 선구안 없었다면...
두산 베어스는 경기가 없던 29일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퇴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플렉센과 타자 카메론이 쓸쓸히 짐을 싸게 됐다.
특히 플렉센의 이탈이 충격적이다. 두산은 지난해 메이저리거 콜 어빈을 영입해 설레다, 떨어지는 기량에 경기 중 추태까지 부리는 악몽으로 시즌을 망치고 말았다. 그래서 두산은 안정을 꾀하려 했다. 2020년 자신들과 함께 훌륭한 경기를 하고, 미국 메이저리그로 '역수출' 됐던 플렉센과 다시 손을 잡은 것이다. 미국에서 갈고닦은 기량은 더욱 좋아졌고, 인성은 이미 훌륭한 선수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총액 100만달러 풀베팅을 해 플렉센을 모셔왔다. 바라는 건 정해져 있었다.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나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부상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3월28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가 패전투수가 됐던 플렉센은 두 번째 경기인 4월3일 한화 이글스전 선발로 등판했다 1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볼넷 1개와 사구 1개를 내주는 등 제구가 아예 흔들리는 모습이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어깨가 아팠던 것이다.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견갑하근 손상. 공을 던질 때 가장 중요한 부위. 날벼락이었다. 그래도 두산은 플렉센을 기다렸다. 하지만 2달 지나는 시간 동안 복귀는 감감 무소식. 더욱 충격적인 소식만 날아들었다. 미국에서 추가 검진을 받은 결과 수술 얘기까지 나온 것이다.
두산이 플렉센을 더 데려갈 이유가 사라졌다. 2경기, 아니 1경기 던지고 떠난 거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 총액 100만달러 전부 보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화로 약 15억원에 달한다. 두산 입장에서는 그 큰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두산은 에이스 없이도 지금까지 중위권 싸움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원래 올시즌 컨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타력을 마운드의 힘으로 이겨보겠다는 것이었는데, 믿었던 에이스가 이탈했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벤자민이 있었다. 플렉센의 부상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두산은 재빠르게 선수 물색에 나섰고, KBO리그에서 훌륭한 활약을 한 경력이 있으며 KBO리그 복귀를 위해 새 팀을 찾지도 않고 있던 벤자민과 빠르게 손을 잡았다.
기량, 적응력, 선수 열정 등을 감안했을 때 대체 선수로는 최고의 픽이었다. 실제 벤자민은 4승6패로 승수가 부족해 그렇지 12경기 평균자책점 2.90을 찍고 있다. 퀄리티스타트만 7번. 잘 던지고 승운이 따르지 않은 케이스다. 일례로 최근 패한 13일 KIA 타이거즈전, 19일 LG 트윈스전은 각각 6이닝 2실점, 6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 벤자민이 로테이션에서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면 두산은 하위권에 처져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두산은 곧 벤자민과 잔여시즌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6주 계약을 계속 이어가야 했던 벤자민 입장에서는, 한결 더 편한 마음으로 공을 던질 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
물론 불안 요소도 있다. 두산은 이제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다 썼다. 아시아쿼터까지 말이다. 만약 외국인 선수 중 부상이나 극심한 부진이 나온다면, 시즌 전체가 꼬일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