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좌타자에게 약한 편인데,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어쩌면 수년래 다시 오지 않을 기회. 한화 이글스 황준서(21)가 선발 눈도장을 받을 수 있을까.
최고 150㎞ 직구를 던지는 어린 좌완투수. 누구나 탐낼만한 재능이다. 불펜에선 멀티이닝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이상하게 선발로 나가면 경기가 꼬인다. 올해 황준서가 처한 딜레마다.
지난 2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선 8-1로 앞선 7회말 2사 2,3루 상황에 등판했다. 첫 타자 홍대인을 내야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고, 8회에는 김재환-에레디아-전의산을 가볍게 3자범퇴로 끝냈다. 단 9구로 아웃카운트 4개를 잡아냈다.
황준서는 "첫 타자 상대할 때 날카로운 타구가 파울이 된 게 컸다. 비디오판독으로도 파울 판정이 나고 나서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웃었다.
특히 황준서는 좌완투수임에도 좌타자에게 약한 편이다. 지난해 황준서의 우타자 상대 타율은 2할7리에 불과했지만, 좌타자 상대로 무려 타율 3할3푼, OPS(출루율+장타율) 1.008을 허용했다. 올해도 우타자(2할3푼9리)보다 좌타자(2할7푼9리) 상대 타율이 더 높다.
그동안 사실상 직구와 포크볼 2지선다에 가까운 운영을 해왔기 때문. 올시즌에는 슬라이더나 커브를 섞어던지면서 스스로의 클래스를 끌어올리는 단계다.
황준서는 "슬라이더는 그립을 바꾸면서 여러가지를 던져보고 있다. 얼마전에 (조)동욱이한테 새로운 슬라이더를 배웠는데, 손에 잘 맞는 것 같다. 그 슬라이더로 (홍대인을)잡아낸 것"이라며 친구에게 감사를 전했다.
장충고 출신 황준서는 202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픽으로 프로에 입문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부임 직후 차세대 선발 후보로 꼽았던 영건이다.
올해로 3년차, 같은해 2픽 김택연(두산 베어스)이 국가대표까지 다녀올 만큼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성장한 반면, 황준서는 아직까진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했다. 최근 들어선 입단동기이자 장충고 동기인 조동욱마저 한화 필승조를 꿰찬 상황. 마음이 조급할 만도 하다.
올해 4번의 선발등판 결과는 10⅔이닝 평균자책점 8.44에 불과하다. 반면 불펜에선 13경기 13⅔이닝을 소화하며 2.69로 수준급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황준서나 강재민 같은 투수들이 좀더 올라와주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올해야말로 황준서에겐 선발에 도전할 흔치않은 기회다. 원래 한화의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둘, 류현진 문동주 엄상백 등으로 꽉차있는데다, 올해는 왕옌청이란 새로운 선발이 합류했다. 하지만 문동주와 엄상백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자리 하나가 남은 상황. 그 자리를 최근 3년 선배 박준영이 꿰찼다.
"올해 (박)준영이 형하고 선발로 번갈아 나갔는데, 선발로만 던지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지 아쉬운 마음이 있다. 볼넷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 같다. 요즘은 불펜에서 길게 던지면서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요즘 준영이 형이 워낙 잘 던지니까 응원하고 있다."
어느덧 프로 3년차, 깡마른 체격에 가까웠던 고교-신인 시절에 비해 제법 탄탄해진 상체가 돋보인다. 황준서는 "걱정하시는 분이 많다보니 인바디를 꾸준히 체크하는데, 근육량이 꽤 많은 편이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보기보다 탄탄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한화는 올시즌 중위권에 꾸준히 머물고 있지만, 고비마다 주저앉으며 상위권으로 올라서지 못하는 분위기. 아직 정규시즌 절반이 남았다. 황준서가 확실하게 자리잡으면 박차고 올라올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현재로선 개인적인 목표는 진짜 없다. 팀이 가을야구를 가는게 유일한 목표다. 그러려면 저희끼리도 정우주 조동욱 황준서가 다같이 잘하면 팀에 큰 힘이 될 거란 얘길 많이 한다. 선발도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해보고 싶다. 지금은 내 자리에서 하나하나 잘쌓아서 감독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