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FA 계약하면 정말 마음 편하게 야구할 줄 알았어요."
두산 베어스 박찬호는 30일 두산의 승리를 이끄는 영웅이 됐다. 선제 결승타에 쐐기 스리런 홈런까지 터뜨리며 팀의 5대0 승리를 이끌었다. 5점 중 4점을 혼자 냈다.
박찬호는 경기 후 중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후 단상에 올라 홈팬들에게 인사할 때도 마찬가지.
박찬호는 올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80억원의 조건에 초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다. '똑딱이 유격수' 한계를 이겨내고 맺은 결실이었다. 그런데 최근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 타율이 1할6푼7리에 그쳤다. 무안타 경기가 속출했다. 5월부터 내리막 길이었다. 5월 타율이 2할2푼6리밖에 되지 않았다. 개막 직후에는 줄곧 테이블세터 한 자리를 맡았지만, 점점 중하위 타선으로 밀려났다. 물론 김원형 감독의 배려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그만큼 내가 안 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박찬호는 "인터뷰 중 아내 얘기가 나오자 감정이 올라왔다. 내 눈치를 많이 본다. 내가 집에 들어가면 얼마나 눈치 보였을까, 나 때문에 주눅드는 게 아닌가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사실상 80억원 전액 보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계약 내용이다. 어차피 다 받는 돈, 마음 편히 야구하면 된다. 박찬호는 "나도 사실 FA 계약 하기 전에는 FA만 하면 정말 마음 편하게 야구할 줄 알았다. 즐기면서, 행복하게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 다른 선수들이 내 말을 들으면 '재수없다'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도 옛날에 그랬다. 선배들 말씀이 틀린 게 없다는 걸 요즘 느낀다. 내가 막상 이 상황이 되니, 말로 다 할 수 없는 부담감, 압박감이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오랜만에 나온 결정적 홈런. 박찬호는 "정말 너무 속이 시원했다. 얹혔던 게 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KIA 타이거즈 시절부터) 슬럼프가 이렇게 길었던 적이 있나 싶다. 이렇게 긴 시간 힘들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안 좋아도 안타 1개씩 치고, 운 좋게 안타도 나오고 했는데 지금 겪는 부진은 거의 상대에 공짜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주는 거니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경기가 없던 29일 연습을 하며 좋았을 때의 느낌을 찾았다고. 박찬호는 "좋았을 때의 하체 움직임을 만들어보자 했는데, 어느정도 감을 잡았다. 그 모습으로 오늘 결과가 좋게 나와 너무 다행이다. 그렇다고 아직 마음이 편해진 건 없다. 한참 멀었다. 까먹은 거 다 만회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했다.
기분 좋은 것도 있다. 4호 홈런이 터졌다. 박찬호의 한 시즌 커리어 최다 홈런은 5개다. 지금 기세(?)면 충분히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 수 있다. 박찬호는 "시즌 시작할 때부터 5개 이상은 무조건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넓은 잠실을 새로운 홈구장으로 쓰면 불리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잠실도 넘어가더라. 나는 어차피 센터쪽으로는 못 넘긴다. 좌측으로 당겨치면 어디든 상관 없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말하며 박찬호다운 모습으로 금세 돌아왔다.
박찬호는 마지막으로 "내 개인 성적보다 팀이 승리하는 과정에 있어, 그 요소오쇼에 역할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