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솔직히 정말 싫다. 견딜 수가 없다."
지난 4월 19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이닝을 던지고 내려온 에릭 라우어는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평균자책점 6점대로 부진했던 그의 반등을 위해 토론토의 존 슈나이더 감독이 변화를 택했다. 그런데 라우어가 이를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 그는 "이건 내 권한 밖의 일이다. 팀이 세운 전략을 최대한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슈나이더 감독은 "그(라우어)의 말 중 '내 권한 밖의 일'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확실히 그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우리는 이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기 역할이 마음에 안든다면 언론이 아닌 내게 와서 이야기하면 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토론토는 지난 18일 다저스에 현금을 받는 조건으로 라우어를 내보냈다.
이랬던 라우어가 다저스의 구세주로 떠오른 모양새다. 라우어는 30일 애슬레틱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안타(1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4승(5패)에 성공했다. 토론토에서 8경기(선발 6경기) 1승5패, 평균자책점 6.69에 그쳤으나, 다저스에 합류한 뒤 6경기(선발 5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88로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치며 부상 문제로 흔들리던 다저스 선발진에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라우어는 "다저스에 온 이후 진행하고 있는 밸런스 조정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 현재 상태는 아주 좋다. 내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며 다저스 생활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정말 큰 활약을 했다. 초반에는 불안했고 삼진도 잡지 못했지만 어쨌든 아웃카운트 18개를 잡아냈다. 그것이 우리가 그에게 원했던 역할이다.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라우어가 선발로 나설 때마다 매번 6이닝을 책임져 준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2024년 후반기 대체 선수로 KIA 타이거즈에 합류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던 라우어는 지난해 토론토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대체 선발 기회를 잘 살리며 정규시즌 9승을 챙겼던 라우어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합류해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호투,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다저스는 올 시즌 월드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목표에 한 걸음 씩 다가서고 있다. 타일러 글래스노, 블레이크 스넬이 복귀할 경우 라우어가 그대로 보직을 이어갈지는 미지수. 그러나 최근 잇단 호투로 신뢰를 쌓아온 만큼 자리를 지킬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고, 다저스가 또 다시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른다면 2년 연속 꿈의 무대에서 던지는 그의 모습을 볼지도 모를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