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원한 에이스의 품격이었다. 키움 히어로즈가 토종 에이스 안우진의 역투를 앞세워 선두 LG 트윈스를 완전히 완파했다.
안우진은 지난 달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단 1안타 2볼넷 1사구 11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가공할 만한 괴력투로 팀의 6대0 대승을 견인했다. 이로써 안우진은 지난 5월 2일 두산전 복귀 첫 승 이후 약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지독한 승운 부족을 끊어내고 시즌 2승(4패)째를 수확했다.
이날 안우진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그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에이스인지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무대였다. 안우진이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것은 2023년 7월 27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1069일 만이다.
긴 재활을 거쳐 지난 4월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통해 복귀전을 치른 그는, 시즌 초반 기복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마운드를 지탱해 왔다.결국 6월의 마지막 등판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5이닝 이상 무실점 투구를 완성해 내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이날 안우진은 총 95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 156㎞, 평균 구속 152㎞에 달하는 명품 직구를 42개나 꽂아 넣으며 LG 타선을 압도했다. 여기에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을 정밀하게 섞어 구사하며 상대 타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안우진의 탈삼진 본능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고척돔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회초 2사 후 수비 실책으로 오스틴 딘에게 출루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후속 타자 문정빈을 단 3구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4회초 1사 후 문정빈에게 중견수 방면 안타를 맞아 '노히트' 행진은 깨졌지만, 오지환을 외야 뜬공으로 처리한 뒤 홍창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불을 껐다.
이때부터 안우진의 무시무시한 삼진 쇼가 시작됐다. 4회 마지막 타자 홍창기를 시작으로, 5회초 박동원, 문성주, 신민재를 내리 3연속 삼진으로 요리했다. 이어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송찬의와 박해민까지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려 '6타자 연속 탈삼진'이라는 기록을 완성했다.
이날 오스틴을 제외한 선발 타자 8명 전원에게 최소 1개 이상의 삼진을 빼앗아 내며 리그 최고 수준의 '구위'를 과시했다.
현재 키움 히어로즈의 마운드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최근 와일스를 방출하고 외인 거포 맷 데이비슨을 영입하면서 당분간 알칸타라와 안우진, 하영민, 배동현, 박준현으로 이어지는 국내 투수 중심의 5인 로테이션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고척스카이돔에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LA 에인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4개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대거 현장을 방문해 안우진의 투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밀 관찰했다.
외인 투수를 한 명 포기하는 극단적인 '외인 2타자 도박'을 감행해 선발 로테이션이 엉망이 될 수 있었던 키움의 전반기 막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보는 가장 압박감이 심한 무대에서, 그것도 리그 선두 LG의 강타선을 상대로 홀로 11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마운드를 완벽하게 지배한 안우진의 투구는 왜 그가 메이저리그의 정밀 타겟팅을 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실력으로 증명해 보였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