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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안타 남았어요" KBO리그 최초의 진풍경, '벼랑 끝' 몰린 동생은 왜 웃었을까

홈런을 친 한화 박정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홈런을 친 한화 박정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9회초 박영현이 투구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6.5.5/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9회초 박영현이 투구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6.5.5/

[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부모님이 표현하시면 저는 '불효자'가 될거예요."

박영현(23·KT 위즈)은 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1⅓이닝 1안타(1홈런) 1탈삼진 1실점을 했다.

1홈런이 '옥에 티'였다. 그리고 이 홈런은 KBO리그 최초 진풍경을 낳았다.

KT가 7-3으로 앞선 9회말 8회 2사에 올라와 아웃카운트를 잡았던 박영현은 경기를 끝내기 위해 9회 마운드에 올랐다. 한화는 대타 작전을 적극 썼다. 첫 대타 황영묵은 투수 직선타. 두 번째 정민규는 삼진으로 잡았다.

세 번째 대타 카드가 박영현을 긴장하게 했다. 우타 내야수 박정현(25). 박영현의 친형이다.

박정현은 2020년 한화에 입단했고, 박영현은 2022년 KT에 입단했다. 정규시즌 두 차례 맞대결이 있었고, 박정현은 2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박영현은 첫 두 개의 공을 모두 149㎞ 직구를 던졌다. 그리고 이 공은 1B1S가 됐다. 3구째 직구가 S존 가운데 낮은쪽으로 향했고, 박정현이 이를 그대로 받아쳤다.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그대로 넘어갔다. 박정현의 시즌 2호 홈런.

역대 KBO리그 형제 맞대결은 이날 포함 총 6차례 있었다. 1995년 정명원(태평양)-정학원(쌍방울), 2020년 유원상(KT)-유민상(KIA) 두 차례, 2022년 박정현(한화)-박영현(KT) 두 차례가 있었다.

그동안 형제 투타 맞대결에서는 투수가 유리했다. 6차례 중 안타를 비롯한 출루는 딱 한 번. 2022년 8월5일 박정현이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박정현은 KBO리그 최초로 형제 맞대결에서 홈런을 친 선수가 됐다.

한화 박정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박정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반대로 KBO리그 최초 형제 맞대결에서 홈런을 맞은 박영현은 "나는 되게 좋은 공을 쳤다고 생각한다. (박)정현이 형이 잘 노려서 친 건 어쩔 수 없다. 2아웃이기도 했고, 4점을 리드한 상황에서 친형을 만난다면 직구로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직구를 던졌고, 후회는 없다"라며 "분명 좋은 공을 던졌다. 재미있었다"고 했다.

박정현이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자 박영현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박영현은 "계속 웃고 있었다. '이게 넘어간다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생 안줏감이지 않겠나"라고 이야기했다.

박영현이 형과의 맞대결에서 '진심'을 다한 이유는 고교 시절 약속 때문. 박영현은 "고등학교 때 야구를 그만두려고 할 때 형과 내기한 게 있었다. 10차례 타석 중 세 개의 안타를 치면 형이 이기는 것"이라며 "연습 경기 포함해서 지금까지 3타수 1안타였다. 그리고 오늘 홈런을 맞으면서 두 개가 됐다. 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T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 투구하는 KT 박영현.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6.16/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T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 투구하는 KT 박영현.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6.16/

그러나 형과의 승부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다. 박영현은 "형의 약점은 내가 잘 알고 있다"라며 "직구를 잘 친다. 그리고 나는 직구를 잘 던지는 투수다. (오늘은) 잘 치는 타자가 이긴 것"이라고 했다.

경기 후 인사도 깍듯하게 했다. 박영현은 "그라운드에 나오길래 '인정한다. 내가 졌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박정현-영현 부모님이 이날 경기를 봤다면 웃었을까, 울었을까. 박영현은 "만약 오늘 홈런에 부모님께서 좋아하는 걸 표현한다면 나는 불효자가 될 것이다"라고 웃었다.


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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