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금으로선 1군 마운드에 올릴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사령탑의 한숨이 깊었다. 지난해 150㎞ 중반의 광속구를 던지며 보여줬던 그 존재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롯데 자이언츠 홍민기(25) 이야기다. 롯데는 3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홍민기를 말소하고, 정현수를 새롭게 등록했다. 불펜 좌완 자리바꿈이다.
올한해가 악몽에 가깝다. 제구가 완전히 무너졌다. 13경기를 등판했는데 5⅔이닝 뿐이다. 1이닝을 온전히 소화하긴 커녕 아웃카운트 하나조차 잡지 못한 경기가 태반이다. 제대로 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지경이다.
지난 28일 LG 트윈스전, 30일과 7월 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잇따라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3경기를 통틀어 2안타 1볼넷 2사구를 내주는 동안 잡은 아웃카운트는 단 1개뿐이다.
특히 전날 두산전에서도 6회초 현도훈의 뒤를 이어 1사 만루 상황에 등판, 김민석에게 2타점 적시타, 정수빈에게 몸에맞는볼을 던진 뒤 교체됐다. 153㎞ 직구와 130㎞대 중반의 슬라이더 모두 제구가 안되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경기전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김상진 코치가 한번 더 기회를 주자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마운드에 올릴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좌완투수가 153㎞짜리 직구를 던지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한가운데만 보고 던지랄 수도 없고, 한번 밸런스를 놓치면 다시 찾는데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다.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다."
대전고 출신 홍민기는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4번)에 롯데 유니폼을 입은 특급 재능이다. 1m85의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150㎞ 강속구가 최대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데뷔 첫해 관절와순 손상, 팔꿈치 부상을 잇따라 당해 기나긴 재활을 겪었다. 소위 말하는 재능은 가득하지만, 갈고 닦을 시간이 필요한 원석형 투수로 평가됐다.
2년차 시즌을 마친 뒤 군복무를 해결하며 다시 좋은 꿈을 꿨다. 군복무 기간이 밸런스 회복이나 멘털에 큰 도움으 ㄹ줬다는 평가. 2024시즌 전부터 김태형 감독의 기대를 받았고, 강력한 직구와 더불어 마운드 위에서의 차분함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5년에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강렬한 한 해를 보냈다. 대체선발로 등판한 6월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최고 155㎞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왜 특급 재능인지를 증명했고, 이후로도 1군에 2달쯤 머물며 필승조로 활약했다. 선발 등판 2경기 포함 25경기에서 32이닝을 소화하며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3.09의 준수한 기록을 냈다.
하지만 8월 들어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고, 심리적인 불안감에 시달리며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2군에 내려간 뒤 1군에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해 6~7월의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