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레전드 투수 임창용(50)이 KIA 타이거즈의 좌완 에이스 이의리(24)의 고질적인 제구 난조에 대해 뼈 때리는 돌직구 진단을 내놓았다. 기술이나 투구폼의 문제가 아닌, 타석에 타자가 섰을 때 급격히 위축되는 심리적 요인과 볼카운트 싸움의 미숙함이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임창용은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창용불패-임창용'에 '임창용이 분석한 기아 이의리 제구 난조의 원인과 멘탈'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임창용은 이의리의 투구 메커니즘과 경기 운영 방식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는 제자의 재능을 아쉬워하면서도, 진짜 '대투수'로 거듭나기 위해 마운드 위에서 장착해야 할 독한 마인드셋과 구체적인 볼 배합 노하우를 전수했다.
임창용은 먼저 기술적인 면에서 이의리의 투구폼을 높게 평가했다. 집에서 이의리의 영상을 보며 장단점을 깊이 연구했다는 그는 폼 자체에서는 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임창용은 "이의리의 폼을 많이 연구해 봤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다. 폼이 굉장히 간결하고 유연성도 뛰어나다"라며 "투구폼만 보면 너무 좋은데 제구가 안 되는 명확한 이유를 기술적으로는 못 찾겠다"고 운을 뗐다.
레전드가 찾아낸 제구 난조의 실체는 다름 아닌 '타자의 존재 여부'에 있었다. 양 타석에 아무도 없을 때와 타자가 들어섰을 때의 구위와 제구가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주자가 없거나 연습 투구 시 타자가 없을 때는 본인이 마음먹은 대로 강하게 공을 때리며 베스트 구위를 뿜어낸다. 하지만 타석에 타자가 들어서면, 특히 상대 타자가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으면 안쪽으로 던지다 맞출까 봐 스스로 불안해한다. 임창용은 "타자가 바짝 붙으면 맞추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손목을 끝까지 써서 공을 누르지 못하고 바깥쪽으로 밀어 던지게 된다"라며 "구위나 폼의 문제가 아니라 간이 좀 작은 게 아닌가 싶다. 멘탈과 경기 운영의 문제"라고 짚었다.
임창용은 이의리의 불안한 마인드를 깨부수기 위해 자신의 현역 시절 마인드셋을 공개했다. 현역 시절 무시무시한 무브먼트의 '뱀직구'를 뿌렸던 그는 타자를 맞추겠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섰다고 털어놓았다.
임창용은 "나는 현역 시절 왼쪽 타자가 나오면 아예 타자의 몸쪽 무릎을 보고 공을 던졌다"라며 "'맞아도 좋다'는 느낌으로 던져도 타자들이 부상을 피하려고 알아서 다 도망간다. 그런 과감한 도전 정신이 이의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창용은 이의리가 매 경기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초구 강박증'을 꼽았다. 안 맞으려고 초구부터 완벽하게 코너를 공략하려다 보니 볼이 되고, 결국 투볼(0-2)에서 포볼을 주지 않으려고 한가운데 밀어 넣다가 얻어맞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임창용은 "이의리는 제구가 안 좋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타자들이 초구, 이구에 웬만해서는 배트를 대지 않고 기다린다"라며 "그렇다면 초구에 편안하게 변화구를 던져 카운트를 잡거나, 직구로 한복판을 보고 던져서 쉽게 카운트를 가져가면 된다. 어차피 한복판 보고 던져도 공이 거기로 정확히 안 들어간다"고 조언했다.
이어 "초구, 2구부터 결정구를 다 보여주며 힘을 쓰니 정작 마지막에 던질 무기가 없다"라며 "투스트라이크나 투스트라이크 원볼처럼 투수가 심리적으로 확실하게 유리한 고지를 점했을 때, 그때 비로소 100%의 힘을 써서 정밀한 코너워크를 해야 한다"고 볼카운트 싸움의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