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당분간 3루는 박찬형에게 맡기려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 3루 경쟁의 최종 승자는 육성 선수 출신 박찬형(24)일까.
롯데는 지난 6일 타선의 주축 선수인 윤동희와 나승엽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김태형 감독은 5일 경기전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내가 변화를 줄수밖에 없다. 둘이 빠졌을 때 누굴 써야할지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뒤,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두 선수는 클린업트리오의 한자리, 혹은 6~7번에서 배치되는 핵심 타자들이었다.
그런데 같은날 김태형 감독은 박찬형에 대해서는 사뭇 태도가 달랐다. "수비도, 타격도 잘하고 있다. 수비는 박빙에서의 모습을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진 많이 좋아진 걸로 본다"는 호평과 함께 "3루는 당분간 박찬형을 써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시즌전 준비했던 주전 3루수는 한동희였지만, 거듭된 부상 때문인지 6월 중순 복귀 이후로는 지명타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3루수는 손호영 박승욱 김민성 등의 베테랑들이 번갈아 출전했고, 이제 박찬형의 차례다.
지난해 육성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찬형의 달라진 입지가 엿보인다. 시범경기 도중 뜻하지 않은 손목 유구골 골절을 당해 재활에 힘썼고, 지난 6월 25일에야 올시즌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다.
이후 교체로 2경기, 선발로 3경기를 뛰었는데, 5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표본은 적지만 15타수 7안타의 불방망이가 눈에 띈다. 멀티히트도 벌써 2경기나 된다.
아직까진 손호영과 함께 플래툰 체제로 활용됐는데, 향후 좌완선발 때도 박찬형이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박찬형은 "타격은 언제든 잘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우완 좌완 가리지 않는다"며 넘치는 자신감을 어필했다.
배재고 출신 박찬형이 롯데에 입단하기까진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신인 드래프트 미지명의 아픔을 겪은뒤 독립리그 연천 미라클과 화성 코리요에서 뛰어야했다. 특히 야구 예능에 출연하며 기량 어필에 성공했고, 지난해 롯데 육성선수로 프로 무대에 발을 딛게 된 것.
김태형 감독에 따르면 지난해 박찬형은 재능은 있지만, 체력이나 수비 기본기에서 많이 부족했다. 때문에 팀 분위기 반전용으로 짧은 기간씩 활용됐다. 덕분에 표본은 매우 적지만, 타율 3할4푼1리(129타수 44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923을 기록하며 재능을 입증했다.
올해야말로 박찬형에겐 본격적인 실험무대다. 박찬형은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다소 왜소해보였던 작년과 달리 제법 탄탄해진 삼각근이 돋보였다. 독립리그 시절엔 2루와 유격수를 봤는데, 3루를 전담으로 훈련하면서 수비도 많이 익숙해졌다는 설명.
"강습타구가 많이 오다보니 타구에 대처하는 것도, 핸들링도 2루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또 잡는데서 그치지 않고 1루로 던지는 각을 만들어야하니까, 아직은 고민이 많다. 특히 준비과정에서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 뜬공을 처리할 때 중심이 너무 높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코치님들 얘기를 잘 새겨듣고 있다. 선배들 중엔 (김)민성 선배나 (전)민재 형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프로 입문 후 처음 당해본 장기 부상. 3개월 넘게 회복과 재활에 전념했다. 박찬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었다. 차라리 잘 됐다, 이 기회에 나 자신을 잘 다듬고 준비 잘해서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공격은 3번 나가서 1번 안타 치면 잘한다고 한다. 수비는 공 오는대로 100% 다 잡는게 기본이다. 특히 뜬공 처리에서 실수한 적이 몇번 있다. 올시즌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키는 1m75로 크지 않지만, 단단하고 옹골찬 체격이다. 지난해 친 안타 44개 중 홈런 3개, 2루타 8개, 3루타 2개가 있었다.
박찬형은 소위 '이정후식 타격론'의 신봉자다. 무조건 직구에 타이밍을 맞춰놓고, 변화구는 그때그때 대처한다는 설명.
"작년 가장 상대하기 힘든 투수는 헤이수스였다. 하이존 투심과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위아래 흔들기를 잘했다. 변화구를 노려서 친다는게 쉽지 않더라. 요즘 직구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타이밍은 최대한 앞으로 당겨놓고 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정말 슬라이더는 치고 나서 알고, 포크볼은 어? 하고 치는게 맞는 거 같다."
전반기 한때 꼴찌까지 떨어졌다가 간신히 8위로 올라선 롯데. 하지만 그건 박찬형이 없는 롯데였다.
박찬형은 "늦지 않게 그라운드에 돌아오게 돼 기쁘다. 팀이 5강에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