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시즌 초반 마운드를 매섭게 호령하던 그 무시무시한 구위는 어디로 간 걸까. 키움 히어로즈의 우완 선발 배동현(26)이 지독한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후반기 영웅 군단의 선발 로테이션 반등을 이끌 핵심 열쇠로 꼽히는 배동현이지만, 현재 그를 붙잡고 있는 체력과 구위 저하의 사슬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배동현은 지난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동안 9안타를 두들겨 맞으며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4실점(2자책)으로 무너졌다. 팀 타선이 케스턴 히우라와 박찬혁의 백투백 홈런 등으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선발 마운드가 경기 중반 버티지 못하면서 팀의 4연패와 본인의 7연패가 한꺼번에 겹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날 배동현의 투구에서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타자와의 최종 승부처인 '2S' 이후에 유독 많은 안타를 허용하며 스스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KT 타선은 이날 장단 12안타를 몰아치며 7득점을 올렸다. 배동현은 이 중 무려 9개의 안타를 4이닝 동안 집중 허용했다. 특히 허경민이 4타수 3안타 2득점, 김상수가 2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배동현의 결정구를 유연하게 밀고 당기며 마운드를 완전히 흔들어 놨다.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확실하게 타자의 배트를 이끌어낼 만한 강력한 결정구가 무뎌지면서, KT의 정교한 베테랑 타자들에게 완벽하게 공략당한 아픈 지표다.
키움 설종진 감독 역시 배동현이 시즌 초반의 압도적인 면모를 잃어버린 본질적인 원인을 알고 있었다. 기술적인 매커니즘의 붕괴라기보다는, 투구수 관리 실패에 따른 급격한 '체력 방전'이 구위 저하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설 감독은 8일 배동현의 최근 난조에 대해 "시즌 초반에는 템포가 빠른 승부를 가져가면서 아주 효과적인 피칭을 했고 결과도 좋았다"라면서 "하지만 전반기 후반부로 들어오면서 본인이 2S 등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 놓고도 확실하게 솎아낼 유인구의 제구가 정밀하게 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유인구가 존을 벗어나거나 커트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당 투구 개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는 4회와 5회 때 마운드 위에서 버티기가 힘들어졌고, 힘이 떨어지면서 직구 스피드와 종무브먼트까지 줄어들어 결정적인 실점이 나온 것 같다"고 진단을 내놨다.
이 때문에 설 감독은 8일 경기 직전 배동현에게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5이닝, 6이닝을 길게 끌고 가겠다는 생각을 아예 버려라. 한이닝, 한이닝을 오직 전력 투구로만 막아라"고 독한 주문을 내리기도 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단 2경기만 남겨둔 상황이었기에 선발이 4~5회 체력 저하 조짐을 보이면 곧바로 퀵후크를 통해 불펜 총력전으로 막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날 배동현은 대부분의 타자들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2S의 유리한 상황에서도 확실한 결정구 없이 난타를 당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결국 키움 히어로즈가 후반기 중위권 대반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배동현의 부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라울 알칸타라와 안우진 그리고 하영민은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선발이다. 박준현은 아직 신예이기 때문에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배동현이 선발 로테이션을 잘 지탱해주느냐가 키움의 '꼴찌탈술' 열쇠가 될 전망이다.
그가 시즌 초반 보여주었던 묵직하고 거침없는 구위를 후반기에 다시 회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설 감독의 진단대로라면 현재 배동현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체력'이다. 전반기 풀타임 선발을 소화하며 쌓인 피로도가 손끝 제구와 직구 스피드에 고스란히 악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단비 같은 이번 올스타 휴식기 동안 체력 리커버리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